그러나 미국이 처음부터 북한에 굴복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음이 이번에 입수된 극비문서에서 확인됐다. 미국은 북한을 압박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했으며 이중에는 비무장지대(DMZ)를 침범, 북한 6사단의 지휘부를 점령하는 기습작전까지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미국의 대응방안은 북한과의 분쟁시 검토될 예비계획의 하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舊蘇개입 가능성 차단▼
다음은 미국이 검토한 10가지 대응방안 요지.
①소련에 실질적 또는 잠재적 군사조치 가능성 통보〓소련의 개입을 막기 위해 소련에 대북 군사력 증강조치를 통보한다.
군사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을 경우 소련에 대한 통보는 비공식채널을 이용한다. 공식통보할 경우 소련의 국가적 위신이 걸려 있기 때문에 그들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②공중 정찰 실시〓미군과 한국군이 군사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비무장지대(DMZ) 이북과 (북한) 내륙 80㎞ 지점까지 정찰을 실시한다. 북한은 정찰기 격추를 시도할 것이나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은 적다.
③정보수집함 배너호를 푸에블로호 납치해역에 투입〓배너호는 북한 영해 12해리 밖에서 활동하되 구축함과 순양함 그리고 한국함정도 호위토록 한다. 전투기도 출격, 공중순찰을 실시한다. 위험성은 양측 공중전력의 충돌 가능성. 그 경우 국제적 비난을 받거나 송환협상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 북한이 배너호를 격침할 가능성도 있다.
④푸에블로호에서 버린 암호관련 장비 수거〓소해정과 소형 잠수함 등을 동원한다. 북한의 공격가능성은 낮다. 장비를 수거할 경우 푸에블로호가 북한 영해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증거로 이용할 수 있다.
⑤원산항에 기뢰부설〓북한에 어떤 도발도 묵과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조치.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에서 발진하는 A6 항공기가 17번 비행해 83개의 기뢰를 투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아측 전력의 손실은 거의 없을 것이나 유엔에서 반대가 심할 것이다.
⑥북한 함정 나포〓푸에블로호 승무원과 맞바꾸기 위해 북한 선박을 나포한다. 북한은 이를 거래수단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⑦제한적 대북 공습〓원산 공군기지와 문평리 해군기지를 대상으로 92대의 전폭기를 동원한다(합참은 북한의 모든 군사공항을 상대로 한 공습을 선호한다). 소련과 중국의 군사개입 가능성은 약하다. 승무원 귀환가능성은 약해지고 북한의 보복가능성도 크다. 너무 위험한 방안이다.
⑧DMZ를 월경한 기습〓미군과 한국군을 동원, 예컨대 DMZ에서 10㎞이북에 있는 북한 6사단의 지휘부를 점령해 파괴한다. 공격에서 철수까지 24시간 내에 끝내는 기습공격이다. 소련과 중국의 개입가능성은 적다. 아측 피해도 클 것이다. 확전 위험이 있다.
⑨원산항 해상봉쇄〓미군과 한국군 함정과 항공기를 동원, 원산항 12해리 이내에서 해상봉쇄를 실시한다.
⑩북한 경제봉쇄〓자유진영의 대북 경제거래, 특히 곡물수출을 차단한다. 일본이 불참할 가능성이 크다. 공산권이 북한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어 효과가 크지 않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푸에블로호 사건이란?▼
푸에블로호는 68년 1월23일 원산 앞 해역에서 북한에 납치됐다. 북한은 초계정 4척과 미그기 2대를 동원해 배를 원산항으로 끌고 갔다. 배에는 83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승무원 1명이 납치과정에서 사망했다.
북한은 푸에블로호가 영해를 침입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송환을 요구하며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 등을 출동시켜 긴장이 고조됐다.
북한은 68년 12월23일 승무원과 미군 시신을 돌려보냈으나 선체는 반환하지 않았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