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총수포함 54명 출석 재계 비상

  • 입력 1999년 9월 30일 19시 43분


‘올해 국정감사의 피감기관은 행정부처가 아니라 기업.’

지난달 29일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재계에 때아닌 국정감사 비상이 걸렸다.

재벌그룹 총수와 구조조정본부장 등 기업 고위관계자 54명이 이번 국감에서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돼 의원들의 질의를 받게 되기 때문.

재계는 의원들이 내년 봄 총선을 의식해 정치공세성 질문을 할 것에 대비해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 등 도상훈련을 벌이느라 분주하다.

★주가조작-증여件 걸려

▽현대 삼성 최다 참석〓현대는 정몽헌회장과 이계안현대자동차사장(전그룹경영전략팀장) 김형벽현대중공업회장 등 증인 6명과 박세용구조조정본부장 등 참고인 3명이 국감장에 나간다. 특히 정회장과 이계안사장은 4일간 증인으로 참석해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과 관련한 질문을 받을 예정.

삼성은 당초 변칙증여 의혹과 관련해 이건희회장과 장남 이재용씨를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주장이 있었으나 제외됐다. 대신 배정충삼성생명대표와 허태학에버랜드사장 등 계열사 대표 4명이 증인으로, 이학수구조조정본부장과 조용상삼성투신운용대표 등 2명이 참고인으로 참석한다.

LG 대우 SK는 구조조정본부장만 참고인과 증인으로 참석할 예정.

이밖에 두산그룹 합병비리 의혹과 관련, 박용오 두산그룹회장 등 두산 관계자 4명이 증인과 참고인에 포함됐으며 금호그룹 박찬구사장은 주가조작 관련으로, 데이콤 곽치영사장은 LG그룹 위장계열사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다.

▽구조조정본부 도상훈련 등 분주〓이번 국감이 경제관련 의혹에 초점이 맞춰지자 각 그룹들은 구조조정본부와 재무팀 등을 중심으로 현안별 답변자료를 만드느라 경영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 일부 그룹에는 의원들의 사전질의가 쇄도해 답변자료만 해도 책 한권 분량이 넘을 정도다.

★답변준비에 일손 놔

특히 그룹총수가 증인으로 채택된 현대는 경영전략팀과 계열사 재무팀 임직원들을 동원해 예상질문에 대한 일문일답을 만들고 도상연습까지 하고 있다. 삼성은 국감을 앞두고 이건희회장부부가 삼성생명 보험설계사인 국민회의 김옥두총재비서실장 부인을 통해 보험에 가입,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오자 자칫 국감에서 정치쟁점화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총선의식한 공세 우려

▽경제청문회식 정치공세 우려〓재계에서는 이번 국감이 행정부처 감사가 아닌 기업에 대한 국감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자기과시적 질문이 쏟아질 경우 국정에 대한 감사보다는 ‘의혹 부풀리기식’ 정치공세가 쏟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

기업인들이 증인으로 나온다고 해도 검찰 수사나 공정거래위의 조사 이상으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의혹과 관련된 행정부처 업무는 엄중히 감사해야 하겠지만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며칠씩 붙잡아둔다고 무슨 소득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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