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문은 한나라당 이사철(李思哲)의원이 열었다. 이의원은 ‘작심하고’ 나온 듯 박세용(朴世勇)현대그룹구조조정본부장을 상대로 한 신문 도중 “야당에는 단 한푼도 후원하지 않은 채 여당에는 20억원이나 낼 수 있느냐”고 몰아세웠다.
이에 박본부장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하자 이의원은 “(야당에) 한푼도 안 냈으니 기억이 없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고 여당석에서 항의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이의원은 강유식(姜庾植) LG구조조정본부장에게도 “왜 여당에만 40억원이라는 가장 많은 돈을 냈느냐”며 여당에 편중된 정치자금제공을 계속 문제삼았다.
이에 흥분한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 국창근(鞠?根)의원 등은 “지금 범죄인들을 데려다 놓고 수사하는 것이냐. 품위를 지키라”며 이의원의 발언을 저지했다. 하지만 이의원은 이날 증인 및 참고인으로 나온 재벌구조조정본부장들에게 “집권당에만 후원금을 내고 야당에는 단 한푼도 안낸다면 여러분들의 올바른 기업행위도 정권이 바뀔 경우 집권당과의 유착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노파심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참다못한 국민회의 채영석(蔡映錫)의원이 “왜 난데없는 정치자금문제를 얘기하나”라고 항의하자 한나라당 김영선(金映宣)의원은 “발언을 막지 말라”고 반박하는 등 여야의원 간에 계속 고성이 터져나왔다. 결국 이날 소란은 김중위(金重緯)위원장이 ‘5분간 정회’ 선포로 일단락이 지어졌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