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TJ 합당 갈림길서 파열음

  • 입력 1999년 10월 11일 19시 32분


자민련의 신당 합류여부를 놓고 자민련 명예총재인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와 박태준(朴泰俊·TJ)총재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11일 오전에 벌어진 양측의 신경전은 ‘파열(破裂)’양상으로까지 치달았다.

JP는 이날 아침 출근길에 “박총재가 합당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는데…”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엉뚱한 소리 하지 마라. 틀려, 틀려”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김용채(金鎔采)총리비서실장은 “총재라면 때로는 하기 싫은 얘기도 할 줄 알아야 하는데…”라고 TJ를 꼬집었다. JP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TJ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이 발언들이 자민련에 알려지면서 TJ측을 자극하자 JP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내가 틀리다고 한 것은 TJ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그간의 언론보도와 내 생각이 다르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JP는 “당론이 정해진 게 없다. 의총 때 몇 사람만 얘기했다고 들었다. 그 때 정해진 것처럼 얘기하는데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합당불가’는 당론이 아니라는 것이다.

JP는 또 “금년말 쯤이면 여러분들이 ‘아하’ 하고 납득이 가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신당합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TJ측은 달랐다. TJ는 간부회의에서 “합당하면 자민련은 경상도에선 전멸이다. 가장 의석이 많은 지역을 버리고 어떻게 하자는 거냐”고 말했다. 그는 “지난 의총에서 합당 반대는 많았지만 중대선거구제 반대는 없었다”며 ‘합당 반대, 중대선거구제 고수’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와 함께 김용채실장의 발언에 조영장(趙榮藏)총재비서실장은 “인격이 훌륭한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즉각 대응해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에 김실장은 이날 오후 자민련 당사를 찾아와 “나는 전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무튼 JP와 TJ의 관계가 악화일로에 들어선 것은 분명하다. 이런 현실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여권의 합당 등 향후 구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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