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감청장비 인가없이 구입…감식장비예산 전용매입

  • 입력 1999년 10월 14일 19시 35분


경찰청이 감청장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감청장비 구입 예산을 배정받지 못하자 감식장비 구입 예산 등에서 지출후 남은 예산으로 감청장비를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14일 경찰청과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96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청이 구입한 감청장비 670개 중 301개는 정보통신부의 사전 인가를 받지 않은 장비였다는 것.

통신비밀보호법 10조1항에는 ‘감청장비를 제조 수입 판매 배포 소지 사용하거나 이를 위한 광고를 하고자 하는 자는 정보통신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경찰청은 이같은 법규정을 위반하고 96년에는 정보통신부가 인가한 것보다 261개가 많은 471개의 감청장비를 구입했다. 경찰청은 261개의 초과 감청장비에 대해서는 다음해인 97년1월 뒤늦게 정보통신부의 인가를 받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납품받는 감청장비는 모두 정보통신부의 제조 및 판매인가를 받은 것이어야 하나 장비 제조업자가 장비 납품후 정보통신부로부터 인가받겠다고 약속해 미리 납품받은 것”이라며 “그러나 납품 뒤 정보통신부로부터 사후인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사정은 모르겠으나 감청장비가 인가없이 제조판매 및 소지 사용됐다면 이는 명백한 법률위반”이라고 밝혔다.

또 현재 경찰청이 보유하고 있는 795개의 감청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지출한 15억여원은 감청장비 구입예산이 아닌 감식장비 예산 등에서 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이종남감사원장 "검경감청 조사 착수"▼

이종남(李種南)감사원장은 14일 검찰과 경찰 등의 감청실태 특별감사와 관련, “오늘부터 예비조사 및 정보수집에 착수했으며 내달 중순쯤 현지감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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