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의 이날 부산행은 올들어 4번째. 그러나 감회는 남다른 듯했다. 민주산악회 재건을 둘러싸고 부산 경남(PK)지역에서의 패권을 다툰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의 ‘기(氣)싸움’에서 승리한 이후 첫 방문이기 때문.
이총재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15일로 예정된 YS의 부산방문을 의식한 듯 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그 어느 때보다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먼저 ‘부마항쟁’ 20주년의 역사적 의의를 강조한 뒤 “민주주의를 위해 일생을 바친 대통령이 국정을 맡았지만 실질적으로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동티모르 전투병력 파견과 △중앙일보 홍석현(洪錫炫)사장 구속건 △부산경제파탄 △도청 감청문제 등을 대표적 실정으로 꼽았다.
이총재는 또 정치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직선제와 소선거구제는 민주화투쟁으로 따낸 성과물”이라며 “공동여당이 내각제개헌을 임기말에 하겠다는 것은 장기집권의도이며 중선거구제 추진은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한 정략적 의도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날 오전 한국통신 부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총재는 △부산지역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 △‘부산경제가꾸기 시민연대’ 방문 △안상영(安相英)부산시장 및 구청장 등 70여명과의 만찬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참석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한편 이총재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여사는 이날 부산여중고 동창회에 참석한 뒤 장애인수용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여성단체대표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남편을 측면지원했다.
〈부산〓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