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부산 민주공원 개원식 참석을 앞두고 하루 전인 15일 부산에 내려온 YS는 김해공항에 도착한 뒤 바로 신호공단 내 삼성자동차 공장을 찾았다.
YS의 부산행은 민주산악회 재건 여부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벌인 ‘기(氣)싸움’에서 한발 물러선 뒤 처음 이뤄진 것이었지만 여전히 기세는 등등했다.
YS는 삼성자동차 관계자에게서 25일부터 한시적 재가동에 들어간다는 보고를 받던 중 “빅딜이라는 이름으로 큰 회사(삼성)를 망하는 회사(대우)에 인수하라고 강요한 것은 정신나간 사람”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부산 경남과 삼성에 대한 전적인 정치보복”이라며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며, 받게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 도중 ‘정신나간 사람’이라는 표현을 세차례나 할 정도로 김대통령에 대한 노기를 감추지 않았다.
YS는 이어 모교인 경남고를 방문, 재학생들을 상대로 20분간 훈화하면서 “생각할수록 고통과 고뇌의 시간은 길었지만 영광의 시기는 짧았다”고 말했다. 또 퇴임 이후 회고록을 집필 중이라고 밝힌 YS는 “군사독재자에 의해 여섯번이나 가택수색을 당해 회고록에 쓸 사진도 없다”면서 “인간사는 전부 싸움이며 투쟁을 통해 쟁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YS는 “잠시 국민을 속일 수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말한 뒤 ‘호연지기(浩然之氣)’라는 친필휘호를 학교측에 전달했다.
YS는 저녁에 부산의 옛 민주계 인사 300여명과 만찬을 함께했다.
〈부산〓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