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야나 국정원의 주장 중 어느 쪽이 반드시 옳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기왕 불거진 의혹은 그것대로 밝히고 말끔히 정리하는 것이 순리라는 점이다. 더구나 요즘 도청 감청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극에 달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그냥 덮고 넘어가기에는 이총무의 ‘폭로 내용’이 구체적이다. 이총무는 “국가정보원 과학보안국(8국)에서 300여명의 인원이 4교대로 365일 동안 국내―국제 전화에 대한 도청 감청을 광범위하게 실시하고 있다”며 조직의 구성과 위치, 감청방법 등을 상세하게 밝혔다. 따라서 국정원의 법적대응이나 여야 공방보다는 그에 대한 사실여부를 가려 ‘도청 감청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정원은 이총무의 ‘폭로’가 대부분 사실무근이며 야당측의 시설공개 요구는 국가기밀 보안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정원측은 당초 별도의 감청설비가 없다고 했다가 결국 감청기구의 실체를 인정한 이상 불법감청은 없었다는 ‘강변’만으로 ‘의혹’을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국가기밀 또한 공개방법에 융통성을 발휘한다면 보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폭로’의 초점이 국정원의 ‘무제한적 도청 감청 의혹’에 있고 국민 대다수가 그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면 기밀보안을 이유로 시설 공개를 원천 봉쇄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정원은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무허가업자로부터 감청장비를 도입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도청 감청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는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도청 감청 의혹’을 받아서는 안된다.
감사원은 내달로 예정된 도청 감청 특별감사 대상에서 국정원은 제외시킨다고 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도청 감청 의혹을 사는 주요기관의 하나인 만큼 날로 확산되는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고 여러 정보―수사기관의 합법적 감청시스템을 재정비하기 위해서도 국정원에 대한 특감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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