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감청 의혹, 정국 다시 급냉각

  • 입력 1999년 10월 17일 23시 26분


“인권 침해 방지와 통신비밀 보호를 위해 도 감청 전담조직인 국가정보원 제8국(과학보안국)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한나라당)

“국가의 정보조직을 백일하에 노출시켜 대공 첩보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다.”(여권)

국정원의 불법도감청 의혹을 제기한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의 주장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뜨거운 공방이 시작됐다.

공세의 고삐를 쥔 한나라당은 우선 이번에 불거진 국정원의 도 감청 의혹을 인권침해와 통신비밀 보호 차원의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

국정원의 도 감청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회 국정조사와 국정원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 요구,시민단체와의 연대 투쟁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키로 한 것도 도 감청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호소해 여권을 궁지로 몰아가겠다는 계산에 따른 전략이다.

여권은 그러나 국정원의 도 감청 의혹 자체를 전면 부인하면서 ‘국익론’을 앞세워 한나라당의 공세를 맞받아치고 있다.

즉 이부영총무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밀사항인 국정원의 조직과 인원을 공개한 것 자체가 중대한 국익침해라는 게 여권의 반박논리다.

여권이 이총무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도 이런 논리에 따른 것.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정원의 기능을 대공정보 수집 위주로 바로잡는 것이 바로 국익에 부합되는 조치라고 반박한다.

문제는 여야의 공방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조직 등이 관련법상 비밀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 제8국의 기능 조직 인원 등 전모를 공개 검증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정원의 도감청 의혹을 둘러싼 ‘국익우선이냐,인권보호 우선이냐’는 논쟁과 힘겨루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는 불가피하게 예산결산위원장 선임 및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등 국회운영을 둘러싼 여야간 신경전도 한층 악화시킬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예결위원장을 야당이 맡기로 여야간에 이미 합의가 이루어졌는데도 여당측이 이를 번복, 예결위원장을 요구한다고 주장하면서 박지원장관 해임건의안을 대정부질문과 대표연설에 앞서 본회의가 열리면 맨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선거구제 변경 등 정치관계법 개정협상을 시급히 추진하자고 요구하는 입장이다.

아무튼 도 감청문제가 민감한 테마일 뿐만 아니라 이번 국회가 총선을 앞둔 마지막 정기국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야 간의 힘겨루기는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김차수·윤승모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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