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총선 열기]국감 끝나자마자 "모두 지역구로"

  • 입력 1999년 10월 24일 19시 26분


‘지역구가 왕이다.’

여야 의원들은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사실상 내년 총선전이 시작됐다고 판단해 지역구 민심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의원들은 “아직 선거구제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지만 지역구에서의 지지도가 공천여부를 가르는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16일부터 선거법상 기부행위가 금지된 탓에 의원들과 출마희망자들은 각종 사조직 결성에 열을 올리고 있고 벌써부터 과도한 산악회 행사 등 사실상의 선거운동이 시작돼혼탁을부추기고있다.

○…일부 의원들은 벌써 국회의원회관 사무실 전화를 지역구 사무실 전화와 연결시켜 놓고 지역구에 상주하다시피 할 정도로 총선준비에 여념이 없는 상태.

국민회의의 서울 출신 한 중진의원은 평소 정계개편 관계로 자주 접촉해온 한나라당의 한 의원으로부터 24일 골프 제의를 받았으나 지역구 행사 때문에 거절. 이 중진의원은 “선거가 다가오니 지역구부터 챙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토로.

특히 신당창당을 준비 중인 국민회의는 영입인사들과 기존 지구당위원장들의 교통정리 문제와 영남 강원 등 취약지역 공략전략까지 겹쳐 어수선한 모습.

○…주말인 23, 24일 한나라당 당사는 텅빈 상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여야총재회담 용의’ 표명에 따른 준비작업도 눈에 띄지 않았다. 고위당직자들이 대부분 지역구에 내려갔기 때문이다.

일요일에 단골 출근하던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도 24일 ‘지역구 행사’를 이유도 당사에 들르지 않을 정도.

○…청와대는 과거 어느 정권 때보다 많은 총선출마자들이 거론되고 있는 탓인지 계속 술렁대는 분위기.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을 비롯해 김정길(金正吉)정무수석, 김한길정책기획수석, 조규향(曺圭香)사회복지수석 등 출마가 확실시되는 수석비서관들은 물론이고 최근엔 김대통령이 강원 평창 출신이며 부친이 과거 3선의원을 지낸 황원탁(黃源卓)외교안보수석에게 ‘강원도 출마령’을 내릴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한 청와대 비서실 2단계 개편론도 활발하게 대두. 김실장을 제외한 다른 출마 대상 수석비서관들은 연말 개편 때 내보내더라도 김실장은 내년 총선이 임박할 때까지 실장직을 유지시켜 TK(대구 경북)지역 현안들을 챙겨야 한다는 것.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3일 서울 근교의 한 골프장에서 비주류 중진들과 골프 회동을 하며 총선을 겨냥한 내부 전열 정비에 주력.이날 참석자는 신상우(辛相佑) 김정수(金正秀) 김영구(金榮龜) 박희태(朴熺太) 서청원(徐淸源) 이세기(李世基) 이상득(李相得) 심정구(沈晶求) 김동욱(金東旭)의원 등. 이총재와 이들은 라운딩 뒤 클럽하우스에서 폭탄주도 네댓잔 돌리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는 전언. 한 참석자는 “이총재가 공천권을 쥐고 있는 이상 내년 총선 때까지는 별 수 없지 않느냐”고 토로.

한편 이총재는 26일 강릉 속초 방문에 이어 마산 전주 등 전국 순회 투어를 계속해 나갈 예정.

〈김창혁·박제균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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