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원들은 검찰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성토를 퍼부어 김정길(金正吉)법무장관을 곤혹케 했다. 국민회의 이해찬(李海瓚)의원은 “검찰은 지난 2년간 검찰권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게 집행하지 못했다”고 말한뒤 검찰간부의 취중 발언으로 비롯된 파업유도사건을 거론하며 “검찰 때문에 국민의 정부에 정치적 위기가 초래됐다”고 주장.
검사출신인 자민련 함석재(咸錫宰)의원은 “특별검사제 도입법안이 공포 시행된 99년 9월30일은 역사에 남을 검치일(檢恥日)”이라고 질타했고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의원도 “검찰은 의원을 수사하기 위해 전과 20범의 말, 사기 브로커의 주장을 무차별로 동원했다”고 비판.
◇'오너총리'역할한계 인정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이날 의원들이 ‘오너총리’로서의 역할론을 물은 데 대해 “공동정권이라고 하지만 역시 대통령 밑의 국무총리다”라고 역할 한계를 인정해 눈길.
김총리는 답변에서 “우리 정치체제가 대통령중심제에 내각책임제를 가미한 것이라고 하지만 총리의 위치는 델리키트(미묘)하다”며 “나보고 활동을 잘한다고 하지만 너무 강하게 앞장서면 모가 나고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사방이 막혀 버린다”고 설명.
○…민자당 신한국당 시절 ‘명대변인’ ‘명총무’소리를 들었던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의원은 특유의 재담(才談)을 섞어가며 질문.
◇'리모컨정치'만 한다 비난
박의원은 김대통령을 빗대 “우리 역대 대통령들은 청와대에만 들어가면 ‘정치 대신 통치’ ‘명령정치’ ‘리모컨정치’만 하려 한다”고 풍자하며 “요즘 청와대 메뉴도 좋아졌다는데 야당에도 청와대를 개방해야 한다”고 비아냥.
그는 “국세청이 개입한 게 세풍(稅風)이면 김대통령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으로부터 20억원을 받은 것은 대풍(大風)이냐”고 힐난하다 국민회의 박광태(朴光泰)의원이 야유를 퍼붓자 “박의원, 그 정도면 공천받겠어”라고 응수해 여야 의석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상당수 지역구로 떠나 썰렁
○…이날 본회의는 상당수 의원들이 오전 개회 때 잠시 참석했다가 지역구행사 등을 이유로 자리를 떠 오후 2시 속개 때는 의사정족수 미달로 30여분간 회의가 지연되는 등 파장분위기가 역력.
회의 말미에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은 “여러분 모두 내년 총선에서 행운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고 자민련 변웅전(邊雄田)의원도 질문을 마치면서 “16대 국회에서 꼭 다시 만날 것을 기원한다”고 ‘작별인사’.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