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정치학박사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이강래(李康來)씨가 대통령에게 보이기 위해 작성한 보고서라기에는 내용이 너무 조잡하고 허구성이 많다는 것.
국민회의는 조작의 근거로 문건내용 중 ‘꿈틀데고’ ‘마음데로’ ‘않된다’ ‘어짜피’ ‘재검토’ ‘중구난방식 대체(대처)’ 등 맞춤법이 많이 틀리는 대목을 든다. 문장도 ‘현저하게 이완된 여권 내부의 긴장해이’ 등 중언부언이 많고 문건의 쪽수도 내용에 비해 많다는 것. 또 이 문건 중 같은 단어를 어떤 때는 한글로, 어떤 때는 한자로 쓰는 등 표기의 일관성이 없다는 점도 조작증거로 제시한다.
문건의 분량과 관련해서도 국민회의 임채정(林采正)정책위의장은 “당에서 대통령에게 보내는 문건도 2쪽을 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글자의 크기와 편집도 의문이라는 게 국민회의의 지적. 대통령에게 올리는 보고문건은 글자의 크기가 명조체 16호로 신문의 중간제목에 해당되는데 정의원이 공개한 문건의 글자크기는 명조체 12호로 일반인들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크기라는 것.
문건의 편집도 대통령 보고문건은 보통 제목이 17호 양재튼튼체, 중간제목은 16호 중고딕, 본문은 16호 신명조이며 줄 간격도 시원하게 편집하는데 이 문건은 제목 16호, 중간제목 13호, 본문 12호로 모두 신명조체이며 답답한 구성을 하고 있다는 게 국민회의측의 주장이다.
국민회의는 문건에 세차례 표기된 ‘김대통령’이라는 호칭은 문건 작성자가 이전수석이 아니라 대통령과 객관적 위치에 있는 외부 인물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전수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을 표기할 때 야당시절엔 ‘KDJ’로, 새정부에서는 ‘대통령님’으로 써왔다”고 밝혔다. 문건 곳곳에 나오는 ‘반정부적’이란 표현에 대해서도 이전수석은 “‘정부에 비판적인’ ‘반 국민의 정부’라는 표현을 써왔다”고 덧붙였다.
또 이 문건은 6월9일(파업유도사건 언급)에서 7월14일(내각제문제 언급) 이전에 작성됐는데도 문건내용 중 시제(時制)조차 맞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는 게 국민회의의 설명. 문건에는 97년 대선을 ‘지난해 대선’으로 표기하고 국가정보원도 1월 안기부에서 국가정보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안기부’로 호칭하고 있다.
홍석현(洪錫炫)중앙일보사장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도 3월부터 시작됐는데도 6월중순 이후 작성된 문건에 따라 세무조사를 했다고 적고 있다는 것.
국민회의는 문건에서 현정부 출범 후 언론은 청와대공보수석실에서 관장하는데도 YS정권 때처럼 정무수석실에서 맡고 있는 것처럼 돼 있는 것은 문건 작성자가 과거정권의 청와대 업무분장에 익숙한 사람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이 문건은 과거에 언론을 잘 알던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현 정부 인사가 만든 것으로 위조하기 위해 시제조차 맞지 않는 많은 상황을 끼워넣었다는 주장이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