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상황에서 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이부총재 밀어내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한편 여권의 또 한편에선 조사결과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두돼 귀추가 주목된다.》
▼여권內 기류▼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의 거취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 기류가 미묘하다.
국민회의 내 일부 강경파는 이부총재의 책임론을 강조하며 이부총재의 당직사퇴 등을 거론한다.
한 고위관계자는 3일 “이부총재의 행위는 위법성과 별도로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 방안으로 이부총재의 대국민 사과나 부총재직의 사퇴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부총재와 경쟁관계에 있는 당내 인사들이나 측근들은 이부총재의 ‘낙마(落馬)’ 가능성을 흘리기도 한다.
그러나 청와대와 국민회의 온건파, 이부총재에게 호의적인 당직자들은 이부총재를 옹호하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부총재의 당직사퇴를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사건수사 결과가 나온 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내에서 이부총재의 당직사퇴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여권 내 분란의 소지를 제공하고 권력다툼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며 “이부총재에 대한 동정론도 상당히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도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는데 정권교체의 공로가 있는 사람을 함부로 잘라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국정원 입장▼
국가정보원은 “이종찬부총재의 문건 반출을 승인해준 일이 없다”고 발표한 데 이어 2일 이부총재의 최상주(崔相宙)보좌관을 불러 문서유출 경위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마치 ‘칼을 빼든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같은 국정원의 엄정한 조사로 문건반출 사건은 ‘조기수습’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이날 국정원조사에서 최보좌관은 “반출 문건은 529호실 사건 등 이부총재가 한나라당에 의해 고발돼 있는 사건의 파일로, 대응용으로 가져온 것일 뿐 비밀도 아니다”는 주장을 거듭했고 국정원측도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이에 따라 전날 ‘사법처리불사론’까지 나왔던 청와대 쪽 기류도 급격히 달라졌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반출해간 문건 중에 중요한 비밀서류는 없다더라”고 이부총재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국정원도 최보좌관 조사 직후 공식발표를 통해 ‘문제 없음’을 공식 확인해 주는 등 신속한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이부총재의 국정원문건 반출 사건은 이로써 여권 차원에서는 일단락된 셈.
그러나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확보하고 있다는 문건내용과 공개여부에 따라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검찰 소환은?▼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는 검찰의 조사는 받겠지만 그에 앞서 여권내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듯하다. 그는 3일 검찰의 출두요구에 불응한 채 여권인사 및 측근들과 함께 대책을 협의했다.
한 측근은 이날 오후 “오늘은 검찰출두가 어렵겠다”며 “여권 전체가 이 사건(언론문건)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건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부총재가 이처럼 ‘시간끌기’를 하고 있는 것은 여권 내부에서 “이부총재가 무슨 내용을 알고 있는지, 과정이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 도대체 당에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부총재는 그런 의문을 가진 여권 인사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이해시키는 것이 먼저 할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 이날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도 이처럼 피차 엇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부총재도 자신의 검찰 출두가 ‘언론대책문건’의 폭로 당사자로 이강래(李康來)전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 의해 명예훼손혐의로 피소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 대한 압박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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