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부총재 검찰출두]“녹취록 공개”서 돌연 “없던 일로”

  • 입력 1999년 11월 5일 01시 00분


이종찬 국민회의부총재가 4일 ‘언론대책문건’사건의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두했다.

이부총재가 조사를 받은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청사에는 시종 긴장감이 감돌았다. 검찰조사는 예상과 달리 5일 새벽까지 계속됐으며 서울지검 임휘윤(任彙潤)검사장 정상명(鄭相明)2차장검사 등은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기자들 출입 막아▼

▽…이날 검사장실과 2차장실 직원들은 전례없이 철저한 ‘보안의식’을 발휘, 취재기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으며 나중에는 부속실 문을 아예 잠가버렸다. 수사팀인 형사3부가 위치한 청사 5층에도 직원 10여명이 복도에 서서 기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수사관계자들은 이부총재가 문제의 ‘녹취록’을 갖고 왔는지 여부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노 코멘트’를 연발. 한 수사관계자는 “5일 오전까지는 브리핑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5시경 서울지검 청사에 도착한 이부총재는 검찰직원과 함께 11층 특별조사실로 직행하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몰려든 사진기자들에게 떼밀려 기자실로 들어왔다.

이부총재는 “조금 전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 말고 더 할 말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래 여기 오려고 했던 것이 아닌데…”라며 머쓱한 표정.

이부총재는 특별조사실에 들어간 뒤 주임검사인 형사3부 오세헌(吳世憲)부부장과 마주 앉아 조사를 받기 시작했으며 오후 7시경 밖에서 배달된 도시락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회견에 앞서 이부총재는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 이영일(李榮一)대변인 등과 함께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을 하며 검찰출두에 앞선 최종 입장을 정리.

이 자리에서 이부총재는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가 언론문건을 작성하는 과정에 ‘제3의 인물’이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며 이를 기자회견에서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개진했다는 후문.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질텐데 실수라도 해서 검찰에서의 진술과 달라지면 또 ‘말을 바꾼다’는 비난이 일 것 아니냐” “공당(公黨)의 부총재로서 검찰 출두 전에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들이 우세해 방침을 바꿨다는 후문.

▼"제3의 인물 밝히자"▼

▽…이부총재는 3일 밤 서울 가회동 자택에 들어가지 않고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 머물며 4일 오전까지 측근 및 여권 인사들과 함께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 이 과정에서 이부총재는 한총장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과 접촉, 대응방안을 협의.

이 자리에서 이부총재측 참모들은 “아무 관계 없는 언론문건 사건이 엉뚱하게 전개돼 우리가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우리의 결백을 확실히 하기 위해 문기자의 배후를 녹취록 등 증거자료와 함께 낱낱이 공개하자”는 적극 대응론을 개진. 청와대측도 “이부총재가 생각하는 대로 모든 것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좋다”며 이에 동의했다는 후문.

〈윤승모·신석호·부형권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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