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혼미…여야, 야당 부산집회이후 벼랑끝 대치

  • 입력 1999년 11월 5일 19시 18분


‘언론대책문건’ 파문에 이어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의 ‘색깔론’ 발언 등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 정국이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미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국민회의는 5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사과하지 않으면’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지난해 ‘세풍(稅風)사건’ 이후 좀처럼 사용하지 않았던 ‘국정 동반자 배제’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는 야당 시절 ‘색깔론’으로 시달려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또다시 비슷한 공세를 취한 데 대한 감정적인 대응과 함께 한나라당과 정의원을 몰아붙일 수 있는 ‘호기(好機)’라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측에 이총재의 사과와 정의원의 국회에서의 제명조치, 자격정지 등을 거론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당의 공세를 ‘언론말살공작’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라고 일축하며 정면 대응 방침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앞으로 여권의 ‘언론장악음모’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추가 공개하고 전국 순회 장외집회를 강행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어 여야 대치상황이 어떤 양상으로 치달을지 가늠하기 힘든 형편이다.

이에 따라 ‘언론대책문건’ 파문으로 인해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정기국회의 장기 파행이 불가피해진 듯하며 새해 예산안과 각종 민생 및 개혁법안 처리, 정치개혁 협상 등도 지연되거나 막판에 몰려 졸속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욱이 야당측이 김대통령을 정면으로 비난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대치정국 해소의 한 방안으로 추진되던 여야 총재회담도 더욱 어려워진 형국이다.

다만 예산안과 정치개혁 입법 등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는 데는 여권도 부담을 느끼고 있어 적절한 시점에 명분을 찾아 여야가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을가능성도없지는않다.여권 일각에서도 정의원에 대한 명예훼손 고발이나 ‘언론대책문건’ 파문과 관련한 정의원에 대한 회기중 강제소환 등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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