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85년 국민회의 김근태(金槿泰·당시 민청련의장)부총재를 고문한 혐의를 받고 있으나 올 8월 공소시효가 끝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이씨의 자수를 계기로 고문 등 반인륜적인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공소시효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권내부에서 제기돼 왔었다.
그런데 국민회의가 이 문제를 ‘갑자기’ 거론하고 나선 것은 최근 ‘언론대책문건’을 폭로하고 색깔론을 제기하는 등 여권으로서는 ‘눈엣가시’같은 존재인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을 ‘흠집내기’ 위한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89년 밀입북한 뒤 구속됐던 서경원(徐敬元)전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정의원으로부터 고문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이미 이 사건은 고문의 실재(實在)여부와는 상관없이 공소시효가 끝났다.
또 공소시효 관련 특별법이 제정되더라도 소급입법은 위헌이기 때문에 다시 문제삼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의원의 국회의원 제명이나 사법처리 등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고문문제를 쟁점화해 정의원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자는 게 여권의 전략인 듯하다.
이에 대해 이석연(李石淵)변호사는 “정치적인 의도를 놓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는 게 전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정의원은 서전의원의 고문 주장에 대해 ‘여권의 공작’이라고 반박하면서 “고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