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협상 전망]여야 평행선 대치…앞길 안개속

  • 입력 1999년 11월 8일 19시 17분


내년 4월 16대 총선이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왔으나 여야의 선거법 협상 전망은 한마디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이유는 물론 선거법 개정의 핵심인 선거구제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8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관계법 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도 여야는 중선거구제(여당)와 소선거구제(야당)라는 기존 당론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협상은 당분간 겉돌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여야간의 의견 차이가 거의 없는 완전 선거공영제 도입이나 국회의원 정수조정 문제도 선거구제 이견에 걸려 이렇다할 진전을 보기 힘든 형편이다.

이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정치개혁 필요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여당 쪽에서 무엇인가 ‘유인책’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현재 여당이 꺼낼 수 있는 것은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거의 전부다.

개정안은 연간 1억원 이상 법인세를 납부하는 기업에 법인세의 1%를 정치자금으로 기탁케 한뒤 이를 의석비율로 배분한다는 내용. 그렇게 되면 97년 기준으로 연간 600억원의 기탁금이 조성돼 야당의 ‘돈 가뭄’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여당의 논리다. 그러나 야당은 이 제도 도입에는 찬성한다면서도 이를 선거구제와 맞바꿀 생각은 없다는 입장.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정치자금법 개정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어서 이를 선거법 협상과 연계시키기는 힘든 상황이다.

여권 일각에서 선거관계법 강행 처리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을 감안했기 때문. 특히 중선거구제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 등 여권의 영남지역 의원들은 “최소한 관련 법안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는 선까지는 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여권이 이를 강행하면 ‘득(得)’ 보다 ‘실(失)’이 많을 소지가 커 결국 선거법 협상의 주도권은 이래저래 여당 보다 야당이 쥐고 있는 것 같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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