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물론 선거법 개정의 핵심인 선거구제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8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관계법 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도 여야는 중선거구제(여당)와 소선거구제(야당)라는 기존 당론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협상은 당분간 겉돌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여야간의 의견 차이가 거의 없는 완전 선거공영제 도입이나 국회의원 정수조정 문제도 선거구제 이견에 걸려 이렇다할 진전을 보기 힘든 형편이다.
이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정치개혁 필요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여당 쪽에서 무엇인가 ‘유인책’을 내놓아야 할 처지다. 현재 여당이 꺼낼 수 있는 것은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거의 전부다.
개정안은 연간 1억원 이상 법인세를 납부하는 기업에 법인세의 1%를 정치자금으로 기탁케 한뒤 이를 의석비율로 배분한다는 내용. 그렇게 되면 97년 기준으로 연간 600억원의 기탁금이 조성돼 야당의 ‘돈 가뭄’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여당의 논리다. 그러나 야당은 이 제도 도입에는 찬성한다면서도 이를 선거구제와 맞바꿀 생각은 없다는 입장.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정치자금법 개정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어서 이를 선거법 협상과 연계시키기는 힘든 상황이다.
여권 일각에서 선거관계법 강행 처리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을 감안했기 때문. 특히 중선거구제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 등 여권의 영남지역 의원들은 “최소한 관련 법안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는 선까지는 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여권이 이를 강행하면 ‘득(得)’ 보다 ‘실(失)’이 많을 소지가 커 결국 선거법 협상의 주도권은 이래저래 여당 보다 야당이 쥐고 있는 것 같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