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고비마다 '막말공방'…'게임의 룰'이 없다

  • 입력 1999년 11월 9일 19시 58분


정국파행을 더욱 심화시키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여야의 ‘막말공방’이다. 정치인으로서 ‘해서 될 말’과 ‘해서 안될 말’을 구별하지 못한 채 마구 내뱉는 말들이 감정대립을 부추겨 여야 모두 공당으로서의 최소한의 금도(襟度)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 출범 후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극렬하게 비난했다. 정형근(鄭亨根)의원의 ‘빨치산’ 발언이나 김홍신(金洪信)의원의 ‘공업용 미싱’발언이 그 대표적 사례.

김홍신의원은 지난해 ‘6·4’지방선거 정당연설회에서 김대통령이 거짓말을 많이 한다며 공업용 미싱을 거론했다가 명예훼손혐의로 고발돼 1심 재판에 계류 중이다. 이규택(李揆澤)의원은 지난해 9월 당 행사에서 “77세나 되는 김대통령이 계속 ‘사정’ ‘사정’하다가 내년에 변고가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발언했다가 국회 윤리위에 제소됐다. 윤리위는 그 해 12월 여당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갖고 이의원에게 ‘윤리위반’결정을 내렸다.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3월 “제정구(諸廷坵)전의원이‘DJ암’에 걸려 돌아갔다”고 비난했다가 윤리위에 제소됐다. 그러나 윤리위의 심사요구기간(5일)을 경과해 정식안건으로 채택되지는 못했다.

여당측의 막말도 정국파행의 요인이 됐다. 국민회의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4일 정형근의원을 가리켜 “나치 게슈타포처럼 퇴출되어야 할 민주주의의 공적 1호”라고 했다. 6일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에서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겨냥, “기본이 안된 사람이 정치를 하니 나라가 이 모양이다, 그는 정형근의원에 의해 죽음의 계곡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말을 했다.

7일에는 박홍엽(朴洪燁)부대변인이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의원을 “미국 등을 돌아다니며 거짓말로 국가위신을 추락시킨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국민회의가 세풍사건과 정형근의원의 빨치산 발언 등을 문제삼아 최근 ‘이총재를 국정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이총제 배제론’도 금도를 잃은 말의 전형으로 꼽힌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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