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件' 파문]野 "그러면 그렇지"…'짜맞추기수사'맹공

  • 입력 1999년 11월 10일 19시 58분


“검찰수사에서 뭔가 나오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8일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의 귀국 직전부터 이렇게 호언해 왔다. 문기자의 귀국 자체가 이미 ‘짜맞추기 수사’의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당 관계자들은 문기자가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를 중국 베이징(北京)에 두고 왔고 서울로 공수된 노트북 컴퓨터의 파일 복원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자 “그러면 그렇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문기자가 귀국 전 구본민(具本敏)주중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과 충분한 사전접촉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노트북을 두고 온 게 바로 ‘짜고 치기’가 아니냐는 것.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10일 논평을 통해 “문기자의 귀국 목적에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이미 진실규명은 물 건너간 듯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검찰수사를 ‘짜맞추기’로 몰아붙이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공정성 시비에 몰린 검찰을 더욱 압박해 뭔가 성과를 거둬 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홍일화(洪一和)부대변인이 이날 “특검제 채택여부는 검찰의 공정성 여부와 진실규명 의지에 달렸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 당 관계자들은 “짜맞추기 수사의 지향점은 이 사건을 ‘문일현 이도준(李到俊) 두 기자가 주도한 해프닝’으로 몰아가려는 데 있다”고 풀이한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두 기자의 신병이 이미 검찰에 넘어가 있는 상황에서 자구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한나라당이 이신범(李信範) 이경재(李敬在) 박원홍(朴源弘)의원과 구범회(具凡會)부대변인 등 2차 조사단을 10일 베이징으로 보낸 것도 그 일환이다.

2차 조사단의 최우선 목표는 문기자가 ‘언론대책문건’을 작성한 6월말 전후와 문건이 폭로된 10월25일 직후 누구와 주로 접촉했느냐를 규명하는 것. 당의 한 관계자는 “문기자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구속 중인 이기자와의 접촉도 시도할 예정이다. 당 인권위 멤버들이 이기자와 직접 접촉해 자당에 유리한 진술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