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결정적 물증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의 노트북컴퓨터의 파일을 복원하는 작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임이 드러났다. 문기자가 이 사건 발생 직후 자신의 노트북 하드디스크 자체를 교체한 사실이 밝혀진 것. 이는 이 사건 수사에 또 다른 ‘결정적’ 정황인 셈이다.
하드디스크 교체 시점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문건을 폭로한 때(10월25일)로부터 일주일 정도 지난 11월2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황은 문기자가 이번 사건 발생 이후 ‘전면적인 증거인멸’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문기자는 하드디스크 교체 이유에 대해 “노트북을 회사에 반납해야 하는데 그 안에 공개되기에는 부적절한 개인적인 파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같은 진술이 신빙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개인적인 파일 삭제는 노트북의 일부 조작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기자는 왜 ‘전면적인 증거인멸’의 오해를 받을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하드디스크 전체를 바꿨을까.
검찰은 이 부분을 밝히는 데 수사의 마지막 승부를 걸고 있다. 문기자가 왜 바꿨는지, 또 바꾸는데 제3자가 개입하거나 제3자와 협의한 사실이 있는지, 그리고 원래의 하드디스크가 보관돼 있는지 등을 밝힌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사방향에 대한 검찰의 판단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고위간부는 “수사결과는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의 여러 정황으로 비춰볼 때 이번 사건은 ‘문기자 개인차원의 문건작성―이종찬국민회의 부총재에게 전달―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 유출―한나라당 정의원 폭로’라는 기존의 구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하드디스크 교체 부분에 대한 수사로 문건작성 및 전달과정에 관여한 제3, 제4의 인물이 ‘양념’으로 밝혀질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면 남는 문제는 이같은 수사결과를 국민과 야당이 신뢰하고 승복하겠느냐는 것. 검찰 안팎에서는 “만일 문건작성에 정부 여당관계자가 개입했다고 하더라도 그같은 진상을 문기자나 검찰이 털어놓거나 밝히려고 하겠느냐”며 수사의 원천적 한계를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