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원 밀입북 재수사]'鄭의원 퇴출' 본격 착수하나?

  • 입력 1999년 11월 12일 02시 52분


서경원(徐敬元)전의원 밀입북 사건과 평민당 김대중(金大中·현대통령)총재의 불고지(不告知)사건에 대한 검찰의 전면 재수사는 국민회의측이 9일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을 그의 ‘빨치산 수법’ 발언을 문제삼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서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고발의 계기가 된 것은 정의원이 4일 한나라당 부산집회에서 “김대중씨는 서경원의 밀입북 사실을 불고지하고 공작금을 받았다”고 발언한 것. 국민회의는 고발장에서 이 발언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명예훼손 혐의 유무를 밝히기 위해서는 정의원이 언급한 서 전의원 밀입북 및 불고지 사건의 사실 여부를 가려내야 한다.

따라서 법논리적으로 서전의원 사건에 대한 재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이 사건이 그동안 고문 및 조작 시비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논란과 시비가 이어져온 점을 감안할 때 차제에 사건의 진상을 분명히 규명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그러나 법논리만으로 재수사의 배경을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검찰이 “서전의원 사건 등은 10년 전 수사로 이미 확인된 것”이라고 단정하고 재수사를 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이 재수사에 나선 것은 ‘대통령이 고소한 사건’에 대한 검찰 스스로의 ‘의지’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김대통령은 “이 사건을 생각하면 억울함 때문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 말할 정도로 이 사건에 대한 ‘한(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 사건을 통상의 명예훼손 사건과는 달리 공안부에 배당한 것이나 서전의원이 4월 정의원을 명예훼손과 고문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들 이 사건과 병합해 수사하기로 한 것도 검찰의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정치권과 검찰이 ‘정의원 퇴출’에 본격 착수했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정의원이 연루된 언론대책 문건 사건의 수사방향이 정의원에게로 집중되는 시점에서 이 사건 재수사를 착수했다.

재수사의 파장은 상상 외로 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사건 수사는 수사 결과에 따라 김대통령과 정의원 등 어느 한쪽의 ‘상처’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긴장도를 더하고 있다.

서전의원 사건이 재수사에서도 사실로 밝혀지면 고발인인 국민회의와 김대통령은 무고혐의를 피할 수 없다. 반면 고문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당시 수사선상에 있던 검찰관계자와 안기부 대공관계자 등의 처벌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검찰 조직도 이미 수사해 끝낸 사건을 다시 수사하고 당시 수사에 관여했던 전현직 검사들을 직접 조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검찰 고위간부는 “20세기 마지막 대사건이 될 것”이라며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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