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기자 하드디스크 발견]수사 어떻게 될까?

  • 입력 1999년 11월 12일 23시 32분


언론대책 문건 사건 수사막바지에 돌출변수가 생겼다.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가 바꿔치기한 노트북 하드디스크의 원본을 검찰이 찾아내 서울로 가져와 복원작업의 결과에 따라 문건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게 됐다.

하드디스크 원본에는 ‘결정적 물증’으로 지목돼온 언론문건 원본과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에게 보낸 사신(私信)이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돼왔다.

그러나 이 ‘판도라의 상자’에는 사건의 줄기를 바꿀만한 문건이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문기자에 대한 조사로 하드디스크에 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수사의 투명성을 나름대로 과시하기 위해 가져온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돌았다. 현재 검찰의 여러 기류를 종합해보면 하드디스크 원본은 실질적인 변수가 못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에 앞서 문기자의 진술과 12일 출두한 중앙일보 문병호(文炳皓)논설위원의 진술을 토대로 문건작성의 동기와 제3자 개입 여부, 전달과정 등의 사실관계를 거의 확정했다.

검찰이 파악한 사건의 구도는 매우 간단하다. 문기자가 문건을 작성해 이부총재에게 보냈고 이를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가 유출해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게 전달했으며 정의원이 폭로했다는 요지다.

이 과정에서 중앙일보 문위원이 문기자와 문건작성을 사전 협의했는지, 이부총재가 문건내용을 보고받았는지 등도 논란이 되고 있으나 검찰은 이들 문제는 모두 수사의 ‘곁가지’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일부 의혹과 비판도 제기된다.

우선 이부총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피하고 있는 것이 의문이다. 검찰조직 심장부인 대검 공안부까지 압수수색했던 검찰이 집권당 부총재 사무실을 ‘성역(聖域)’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기자의 통화내역 조사도 석연치 않다. 검찰은 중국에서 입수한 문기자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서를 근거로 ‘국민회의나 청와대 간부들은 1분 내외의 짧은 안부전화를 한 것으로 별 문제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문기자의 전화를 받는데 그치지 않고 먼저 전화를 걸었을 가능성에 대해 검찰은 조사할 뜻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검찰수사가 상당부분 투명하게 이뤄진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민적 의혹의 대상인 ‘언론공작 여부’는 제쳐두고 명예훼손이라는 ‘곁가지’로 치닫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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