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7일 서울 송파갑과 인천 계양―강화갑에서 실시된 ‘6·3’ 재선거에 관한 국정원의 내부문건 공개를 계기로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전면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국정원 문건 중 ‘한나라당 공천 고심’이라는 보고서는 명백한 정치사찰 내용”이라면서 “특히 이 보고서 말미에 ‘재확인 후 A보고에 포함하겠음’이라고 표기돼 있는 것은 정치공작에 관한 추가보고서를 만들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문건공개를 계기로 그동안 ‘설(說)’로만 나돌던 국정원의 정치개입 실상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이 문제가 내년 총선 대비전략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가 이날 “국정원이 재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은 내년 총선에도 개입할 것이라는 방증”이라면서 “국정원의 음성적 조직적 선거개입을 방치하면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고전할 것은 분명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 부산 출신 한 의원도 “국정원이 이미 출마예상 인물들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는 등 총선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회의는 “문제의 문건은 이종찬부총재측이 개인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내심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17일 새해예산안 심의를 위해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도 여야는 이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양정규(梁正圭) 김도언(金道彦) 정창화(鄭昌和)의원 등은 ‘6·3’ 재선거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이종찬부총재를 증인으로 불러 문건 작성 및 무단반출 경위 등을 규명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여당의원들은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한 적이 없다”면서 한나라당의 진상규명 요구와 이부총재 증인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