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진 조기개편 뒷얘기]金대통령 3일간 숙고끝 결심

  • 입력 1999년 11월 22일 20시 15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청와대비서실에 대한 조기개편을 결심하기까지 사흘가량 숙고(熟考)를 거듭했다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이 사흘동안 김대통령주변에 선조기개편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커졌고, 이에 따라 움직임도 부산했다.

○…김대통령이 비서실 개편 문제를 처음 입밖에 낸 것은 19일이었다는 후문. 김대통령은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과 단둘이 조찬을 하면서 내년 총선출마를 정식으로 권유했다는 것.

김대통령은 “신당추진위도 25일 발족하니 총선에 출마할 비서진들을 함께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며 희망자를 파악하도록 지시했고, 김실장은 20일 김정길(金正吉)정무수석비서관과 함께 집무실로 올라가 김대통령에게 출마의사를 피력하면서 사퇴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21일 김실장을 다시 불러 오찬을 함께 하면서 김실장과 김수석, 장성민(張誠珉)국정상황실장 등 3명을 신당에 합류시키기로 최종결론을 내렸다. 김대통령은 이어 22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 김실장과 김수석이 표명한 사의를 ‘접수’했고, 장실장에게는 회의가 끝난 뒤 김실장이 김대통령의 뜻을 알렸다.

출마의사가 강했던 김한길정책기획수석비서관에게는 김대통령이 21일 저녁 직접 전화를 걸어 “의석 한석도 중요하지만 청와대도 중요하다”고 설득, 잔류시켰다.

○…이와 관련, 김대통령이 19일 국민회의 권노갑(權魯甲)고문을 만난 사실이 알려져 눈길.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22일 “그때 권고문이 김대통령에게 비서실 조기개편을 강력하게 건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9일은 공교롭게도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가 김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똑같은 건의를 한 날. 이 때문에 이번 개편이 당사자들의 ‘자발적’ 의지에 따른 것으로 돼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게 나온 것.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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