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당론에 따르겠다”고만 언급해온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23일 총리정책자문위원들과 오찬을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러나 24일 이 발언이 알려진 뒤 김총리는 측근들에게 “아는 바 없다고 얘기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시인’이지만 ‘부인 가능성’도 열어둔 모호한 반응이었다. 오찬에 배석했던 총리실 관계자도 “멀리 앉아 있어서 잘 듣지 못했다”며 언급을 피했다.
이같은 ‘치고 빠지기’식 태도 때문에 총리실 안팎에선 김총리의 의중이 과연 뭔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측근들은 우선 ‘박태준(朴泰俊)총재 힘 실어주기’라고 풀이했다. 선거구제와 관련, 박총재의 협상력을 높여주기 위한 배려라는 것이다.
한편으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 측근은 “요즘 김총리 심기가 불편하다. 뭔지 청와대 쪽에 섭섭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