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동아일보 '정부 정보 표준화계획' 점검

  • 입력 1999년 11월 25일 18시 51분


전기요금 수도요금 신문값 등 월말이면 날아오는 수많은 ‘지로 용지’를 통일시켜 전산화하려는 ‘지로장표 전산화 사업’은 연간 수천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작업. 그러나 표준화는 요원하다.

기술적으로는 어려울 것이 없지만 지로 용지를 취합해 분류하는 금융결제원이 전산화를 꺼리는 탓이다. 표준화할 경우 수백명의 관련 인력을 감축해야 하기 때문.

지하철카드 버스카드 전화카드 등 숱한 ‘카드’의 규격을 통일하자는 카드 통합 작업도 연간 수천억원 이상을 줄여주는 사업이지만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에 부닥쳐 원점을 맴돌고 있다. 이 사업에 1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던 삼성 현대 LG 등 사업자들은 카드 표준화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관련부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실정.

이처럼 우리나라의 정보화에는 ‘표준’이 없다.

네트워크로 전세계가 연결되고 모든 정보가 전산망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화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표준 만들기’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분야별 정보 공동활용을 위한 표준화 계획’을 수립하고 부처별로 세부시행 계획을 마련,표준화 작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당시 작성된 14개 표준화계획의 진행상황을 점검한 결과 대부분의 계획이 아직도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거나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전혀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자치부가 토지 건축물 등 부동산 민원정보를 통합, 연계해 민원서비스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부동산정보종합서비스시스템’은 담당자조차 계획의 존재 여부를 모르는 상태.

과학기술부가 과학기술정보를 공동활용해 연구의 생산성을 높이고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립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과학기술통합정보시스템’도 예산부족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정보시스템과 의료보험종합전산망은 당초 행자부 및 국세청과 연계해 정보를 공동활용하자는 취지였지만 정보망의 연계가 이뤄지지 않은채 필요한 정보를 디스켓으로 저장해 배달하고 있는 형편.

이밖에 환경부의 자연생태계정보관리시스템이나 문화관광부의 종합문화정보시스템, 농림부의 농림수산물유통정보시스템, 산업자원부의 산업정보시스템도 초보수준에 머물러 정보공동 활용에 이르기까지는 요원한 실정이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각 부처에서 정보화 표준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다음 세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정보화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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