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제2기 비서실’을 출범시키면서 참모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결심했다. 김대통령은 집권 이후 줄곧 각 기관의 자율적인 운영을 강조하면서 사전협의 절차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관계기관대책회의’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언론문건파문’ ‘옷로비의혹사건’ 등 대형악재들을 겪으면서 각 기관간의 유기적인 협의시스템의 결여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내부지적이 끊이지 않자 결국 김대통령도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김대통령이 23일 비서실 개편 후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서실이 좋은 의미에서 국정의 중추가 돼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은 이를 적시한 것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직책을 기준으로 한 정형화(定型化)된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형상으로는 과거정부를 닮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시스템은 대통령비서실장을 주축으로 사안에 따라 국무총리, 공동여당의 주요당직자, 국가정보원장, 관련부처 장관 등 핵심인사들이 참여하는 협의체 형태. 그러나 운영방식은 과거와 다를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도 “일방적으로 장악하거나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하고 화합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즉 민주적 절차에 의한 투명하고 공정한 협의기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위기관리체제 구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