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정권의 틈새]자민련 "신당 행보 못마땅"

  • 입력 1999년 11월 25일 18시 51분


국민회의가 신당창당준비위 결성대회를 갖고 자축 분위기에 빠진 25일 ‘우당(友黨)’인 자민련은 느닷없이 ‘옷로비의혹사건’ 등 현 정권의 실정(失政)을 꼬집으며 ‘딴죽’을 걸고 나서 공동정권의 전도(前途)가 심상치 않음을 예고했다.

▼JP "서경원언동에 분개"▼

○…자민련 김현욱(金顯煜)사무총장은 신당 행사가 열리기 전인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정부와 국민회의의 정국 대처 방식을 거세게 비난, ‘신당 김빼기’ 의도를 노출. 김총장은 특히 “국민적 감정을 격앙케 했다” “교원들의 분노를 낳았다”는 등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민심이반 현상을 강조, 야당 당직자의 기자간담회를 방불.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도 이날 국회 예결위 답변에서 서경원(徐敬元)전의원의 국민회의 지구당 강연에 대해 “서모라는 사람의 언동에 나도 분개하고 있다”며 자민련의 ‘국민회의 압박작전’에 가세.

…자민련이 이처럼 우당 잔치에 재를 뿌리고 나선 이면에는 국민회의의 신당창당 움직임에 대한 김총리의 불편한 심기가 깔려있다는 관측이 무성. 김총리가 자민련 내 반발을 무릅쓰고 한동안 공동여당 합당 분위기를 띄웠는데 국민회의측이 이에 대한 명확한 언질도 없이 신당 창당작업에만 골몰, 서운한 감정이 쌓였다는 것.

▼합당 화답없어 심기 불편▼

자민련의 한 의원은 “저쪽에서 전권을 준다고 해도 (합당을) 할까 말까인데 아무 소리도 없으니 웃기는 일”이라면서 “이제 어지간해서는 내년 총선을 자민련 간판으로 치르겠다는 김총리의 마음을 바꾸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

한편 김총리는 내각제 개헌 유보에 반발, 독자행동을 모색해온 강창희(姜昌熙)의원을 20일과 24일 총리공관으로 불러 “어떤 경우에도 합당은 하지 않는다”며 충청권 의원 단속 역할을 부여.

▼국민회의 합당재고론 확산▼

○…공교롭게도 국민회의에서도 자민련과의 합당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어 눈길.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최근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가능하면 자민련과의 합당을 재고했으면 한다”며 김대통령의 심경이 변화하고 있음을 강조. 그는 “합당을 하면 김총리에게 공천지분을 최소 30% 이상 보장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상황만 허락한다면 이런 양보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부연.

경기 안성시장과 화성군수 재 보궐선거 연합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양당 갈등도 합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 조성에 일조했다는 후문. 국민회의는 내심 화성쪽을 원했는데 자민련이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거의 무명(無名)의 현직 군의원 공천을 강행, 국민회의를 자극한 것. 이 때문에 국민회의의 한 고위당직자는 “자민련과 합당을 안하더라도 연합공천은 없다”고 공언하기도.

○…그러나 이같은 양당간 갈등이 ‘공동정권 파경(破鏡)’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 양당이 ‘딴 살림’을 차려봐야 모두에 득될 게 없다는 현실적 계산에는 입장이 일치할 수 밖에 없기 때문.

▼선거구제 협상이 변수▼

특히 정치개혁협상에서 선거구제가 소선거구제로 굳어질 경우 ‘2여(與)1야(野)’싸움이 불가피해 양당 합당 논의도 급속히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적지 않은 형편.

김대통령이 최근 “선거구제 등 정치개혁법안이 처리되면 양당 합당 여부를 결론지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합당 문제 등을 선거구제 확정 이후로 미루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공동정권 전망은 그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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