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법, 더 미룰 수 없다

  • 입력 1999년 11월 25일 18시 51분


통합방송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통과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소식이다. 국회가 공전되고 있고 앞으로 정상화된다고 해도 여야간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법안이 처리되지 못한다면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게 분명하다. 15대 국회 폐회로 법안은 자동 폐기될 수밖에 없다. 내년에는 총선이 있어 법안 재상정은 언제 이뤄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지난 5년간 통합방송법 제정을 위해 기울인 갖가지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새 방송법 제정의 의미는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맞게 법 체제를 정비하는 데 있다. 21세기는 미디어산업이 지배할 것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세계 방송산업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우리 안방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외국의 위성방송이 그렇고 디지털TV 시대도 벌써 막이 올랐다. 어디 그뿐인가. 케이블TV는 뉴미디어와의 연계 가능성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현행 방송법에는 이런 첨단 방송산업과 관련된 법규들을 찾아 볼 수 없다. 새 방송법 제정은 이 시점에서 급박한 과제다.

특히 위성방송을 생각한다면 더이상 미뤄져서는 안된다. 통합방송법 제정이 다음 국회로 넘겨지게 되면 본격적인 국내 위성방송은 빨라야 3,4년후에나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그 때가 되면 국내 시장은 대자본을 앞세운 외국 위성방송에 상당 부분 넘어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른 유형 무형의 국가적 손실은 다른 영상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까지 감안할 때 무궁화위성을 쏘아올리는 데 투입된 수천억원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우리 방송산업은 방송법 제정 지연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그나마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통합방송법은 이번 국회 회기내에 통과되어야 한다. 그동안 여야간 쟁점은 방송위원 선출방식과 방송정책권을 정부가 갖느냐, 방송위원회가 갖느냐는 문제였다. 이 가운데 방송정책권 문제를 놓고 여당이 뒤늦게 정부와 방송위원회가 나눠 갖는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논의를 원점으로 다시 돌리는 처사로 실망스럽다.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법안 통과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여야는 정파의 이익을 떠나 방송의 공익성과 방송산업의 발전, 나아가 국가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 법안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방송법 문제는 정치권의 비효율성 비생산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에도 결론을 맺지 못한다면 국회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국민이 의문을 제기할 차례다. 여야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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