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內査보고체계]비서관 거짓보고에 국정농단 우려

  • 입력 1999년 11월 26일 19시 46분


사직동팀의 최종보고서를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에게 전달한 장본인이 박주선(朴柱宣) 전대통령법무비서관임이 드러나면서 보고서의 작성 및 보고체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26일 최종보고서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당시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이나 김정길(金正吉)정무수석비서관과 협의를 했는지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청와대 내 협의 및 보고과정에서 축소 은폐의도가 있었는지를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들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한결같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박전비서관은 “2월7,8일경 최종보고서를 작성해 9일인가 10일에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실장에게도 계통을 밟아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김전실장도 이날 “박비서관이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부인에 대한 첩보보고를 하기에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며 “내사 후 아무런 혐의가 없어 내사종결했다는 구두보고를 받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전실장은 또 “박전비서관이 구두보고한 것은 대통령에게 보고한 후로 안다”고 말하고 “최종보고서는 ‘옷사건’이 문제가 된 최근에야 보고받았다”고 부연했다. 내사 당시에는 구체적인 보고나 협의가 없었다는 뜻.

김전정무수석은 “행정자치부장관 때는 물론 정무수석 때도 보고라인에 있지 않았으며 실제로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들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청와대 내에서의 보고나 협의절차에는 별다른 문제점이 없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설령 박전비서관이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개인차원의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전비서관이 ‘허위보고’를 했다면 지휘선상에 있는 김전실장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특히 박전비서관의 전격경질에 ‘윗선’으로까지 책임소재공방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보고체계 논란도 점차 뜨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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