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회담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였던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과 남궁진(南宮鎭)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29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예방에서도 원론적인 얘기만 오가는 정도에서 끝났다. 이총재와 한실장은 ‘정치복원’에는 한 목소리를 냈지만 더이상 진전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야 내부에서 총재회담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권 내에서는 ‘옷로비의혹사건’ 정면돌파 및 총재회담 조기개최를 통한 국면전환 주장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여권이 야당의 공세에 굽히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면서까지 총재회담에 연연해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은 “총재회담이 열리려면 여건이 성숙돼야 한다”면서 “선거법 개정 등 현안에 대해 양측이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총재회담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총재 측근과 온건파 다선의원들은 폭로 등 잇단 대여공세가 지닌 부정적 측면을 거론하며 총재회담을 통한 정국현안의 일괄타결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강경파 의원들은 총재회담을 해봐야 얻을 게 없다면서 지속적인 대여 공세에 비중을 두는 편이다.
이총재 역시 총재회담을 통해 얻어낼 게 별로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야당이 정국경색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을 의식,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이총재가 이날 “20세기의 마지막이 너무 얼룩져 있다. 여야가 진솔한 대화로 정국을 푸는 큰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아무튼 국민회의는 총재회담 조건 협의를 위해 3당3역회담을 추진하자는 입장인데 반해 한나라당은 원내총무 채널을 통해 협의하자는 입장이며 아직은 막후대화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여야총재회담이 성사되기까지는 아직 넘겨야할 고비가 많이 남은 것 같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