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들은 이날 회담에서 특위의 핵심 쟁점인 선거구제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고 특위 시한 연장 여부만 논의했다. 그러나 그나마도 자민련 이긍규(李肯珪)원내총무가 연장에 극력 반대하는 바람에 합의에 실패했다.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는 회담 후 “자민련을 불편하지 않게 하면서 협상안을 만들려다 보니 어렵다. 30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민련의 이런 입장은 박태준(朴泰俊)총재의 지시에서 비롯됐다. 박총재는 이날 간부회의에서 “특위 시한 종료 전에 여야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선거법 등을 행정자치위로 넘겨 심의토록 하라”고 엄명을 내렸다.
이는 야당이 정치개혁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관련 법안을 여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할 수도 있다는 엄포였다. 특위는 위원이 여야 동수(同數)이나 행자위는 여당의원이 야당보다 4명 많고 위원장도 자민련 소속 이원범(李元範)의원이어서 여러모로 ‘기습작전’이 용이하기 때문.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중선거구제라는 정략적 이익에 집착하는 자민련 지도부에 유감을 표한다”고 비난했다. 이총무는 또 여야협상이 안될 경우 여권이 자신들의 정치개혁법안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별도의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접수시켰다.이렇듯 총무 차원의 대화가 한계에 이르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여야 총재회담에서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