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에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국회의원 정수를 270명으로 줄이기로 했던 여야간 잠정합의에 아랑곳없이 현행대로 299명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여야 핵심간부가 최근 한 토론회에서 만나 “의원정수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하는 등 야당의 당론변경에 앞서 여야간에 암묵적 사전조율이 있지 않았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여론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국회 운영위는 지난달 17일 내년도 의원세비를 올해 6800여만원(연봉기준)에서 7800여만원으로 14% 이상 인상키로 의결, 예결위에 넘겼다.
이에 대해 여야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모든 공무원에게 적용됐던 15% 급료삭감분에 대한 원상회복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번 세비인상폭은 일반공무원의 평균인상률 9.8%보다 훨씬 높다. 또 그동안 노정됐던 ‘노는 국회상’을 감안할 때 이같은 인상은 파렴치한 처사라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당파견인사를 국회직으로 채용하는 국회정책연구위원 자리를 현행 36명에서 65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재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최근 국회 사무처직원 120명 감축에 따른 예산절감분 20억원과 맞먹는 추가 예산이 소요되리라는 게 국회사무처의 추산이다.
이와 함께 하는 일은 별로 없는 대신 매달 500만원의 경상비가 들어가 국회 위원회 중 ‘돈먹는 하마’로 꼽히는 특위의 경우, 11월 중에만 ‘안전사고대책특별위원회’ 등 3개가 출범해 현재 총 8개의 특위가 가동 중이다.
그러나 이들 특위는 출범 당시 취지와 달리 활동이 극히 미미한 상태다.
또 상임위당 3개의 소위를 상설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이 통과돼 소위위원장까지 활동비를 요구할 경우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의원들의 ‘제몫 챙기기’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나라 경제사정과 국민의 정서를 모르는 몰염치한 행위”라고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이날 “각종 민생현안과 개혁법안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국회의 생산성을 놓고 볼 때 세비인상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고 “국회가 세비인상을 강행할 경우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 청구소송을 내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공종식·박윤철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