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의원들 "수도권民心 우리를 떠났나봐"

  • 입력 1999년 11월 30일 19시 09분


국민회의의 서울 출신 의원들과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은 요즘 걱정이 태산 같다. 내년 16대 총선은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옷로비의혹사건’ 등 잇단 악재(惡材)로 인한 민심 이반현상이 피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국민의 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며 한숨을 짓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L의원은 “‘옷사건’으로 인해 고위 공직자들의 상궤를 벗어난 행태와 도덕성 결여에 대해 만나는 선거구민들마다 분노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고 전하고 “하루 종일 지역구를 돌아다녀도 도대체 민심의 온기(溫氣)를 느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S의원은 “밀입북했던 서경원(徐敬元)씨가 파주지구당에서 당원교육을 하는 바람에 상황이 더 꼬이고 악화됐다”면서 “실향민이나 보수성향이 강한 선거구민들에게 이를 뭐라 설명할 수 있겠느냐”며 답답해했다.

정부 여당의 무기력함에 대해서도 실망의 목소리가 높다고 이들은 전했다. 서울의 한 부총재는 “선거구민들은 권력 핵심부의 비도덕적 행태는 물론이고 사태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여권의 무기력함도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민심 이반 때문에 최근 당이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는 당장 총선을 치를 경우 서울지역 47개 지구당 가운데 5개 정도만 당선 안정권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당의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중앙당은 과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야당총재일 때의 수도권 분위기만 생각하며 무사안일에 빠져 있는 것 같다”며 “이제라도 정공법을 써서 갖가지 의혹사건을 철저히 규명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상황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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