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JP의 심경변화에 대해 측근들이 전하는 내용을 종합해보면 ‘누적돼온 불만에 JP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합당조건’ 때문으로 요약된다.
그동안 청와대와 국민회의측이 JP에게 간접적으로 전해온 메시지는 “JP를 통합신당의 총재로 잘 모시겠다”는 것. 이에 JP측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총재직 뿐만 아니라 JP에게 정치에 관한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뒤 보다 구체화된 메시지를 기다렸다.
★신당총재案에 DJ 무관심
그러나 한달 전부터 접촉이 뜸해졌고 보름 전쯤 엉뚱한 얘기가 흘러나왔다. 국민회의측에서 DJ에게 ‘JP총재, DJ명예총재’안을 보고했으나 DJ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는 것. 이를 전해들은 JP로선 DJ의 의중이 ‘자민련 흡수’에 있다는 의심을 갖게 됐고 합당 불가로 방침을 굳혀갔다는 전언이다.
특히 JP가 조기 당 복귀를 결심한 계기는 1월 중순으로 예정했던 중국방문의 취소였다. DJ가 필리핀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소식을 듣고 JP는 “중국을 방문할 의미가 없어졌다”고 판단했다는 것.
이미 10월말 한일 각료간담회에서 JP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총리와 ‘3국 총리회담’ 추진을 합의했고 중국 방문을 통해 중국측을 이끌어낼 생각이었으나 DJ가 이를 ‘선점’해버렸기 때문이다.
★측근 인사부탁 거절당하기도
이와 함께 최근 JP가 한 측근의 인사문제를 청와대에 부탁했다가 거절당한 것도 JP의 심기를 언짢게 한 요인이 됐다는 후문이다. 한 측근은 “장관 하나, 산하기관장 하나 자기 사람을 못쓰는데 더이상 총리직에 있을 필요가 있느냐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측근들은 가능성은 적지만 JP가 ‘합당 불가’방침에서 ‘U턴’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한다. DJ가 “정치에서 손을 떼겠다”며 한발 물러앉고 JP에게 향후 위상과 역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주는 게 유일한 가능성이라는 얘기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