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법무장관에 임명된 5월24일까지 1년10개월간 이 건물의 최고책임자이자 검찰의 총수였다.
검사생활 30년 가까이 요직을 거치며 법무장관까지 지낸 그는 잇따라 터지는 카메라플래시에 눈을 깜박였다. 취재진이 소감을 물었지만 작심한 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밤잠을 설친 듯 눈은 충혈돼 있었고 야윈 얼굴이 그의 곤혹스러운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에게 소환이 통보된 것은 2일 오후. 그는 신광옥(辛光玉)대검중수부장과의 통화에서 “검찰 후배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사진촬영이 끝나고 김씨는 7층 중수부장실에서 후배 검사가 건네는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신중부수장은 그에게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해줄 것을 정중히 부탁했다. 김전장관은 간혹 헛기침만 할 뿐 여전히 말을 아꼈다.
중수부장실을 나온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 조사실로 향했다. 엘리베이터가 8층을 지나는 순간 그의 눈이 흐려졌다. 8층에는 검찰총장실이 있고 6개월 전만 해도 그는 그 곳에서 일했다.
주임검사인 박만(朴滿)감찰1과장이 대선배인 그를 ‘피조사자’로 맞았다. 이종왕(李鍾旺)수사기획관은 김전장관에 대한 호칭에 대해 “조사의 법적 의미가 있는 만큼 분별해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님’이나 ‘총장님’같은 존칭은 쓰지 않겠다는 뜻이고 실제 그랬다고. 이날 오후 3시 대검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박전비서관은 “대통령비서관으로서의 도덕적 법률적 책임을 떠나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고 국민에게 심려를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옷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축소 은폐 의혹을 받는 것은 대단히 안타깝다”며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다.
이들 두 사람이 소환된 대검 청사는 이날 하루종일 무거운 침묵과 깊은 탄식에 싸여 있었다.
일부 검사장들은 사법처리를 전제로 한 전직 검찰총수의 소환에 대해 허탈한 표정으로 “할 말이 없다”며 말문을 닫았다.
대검의 한 검사는 “살을 도려내는 아픔은 있지만 이들을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부형권·정위용·김승련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