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지적되는 문제점은 법안 성안 과정에서 나타난 여야 의원들의 발상법.
지난달 17일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선거법 소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불공정 선거보도와 관련한 언론인 제재방안’의 원전(原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월19일 국회에 제출한 이른바 ‘권고안’이다.
선관위측은 방송의 불공정보도에도 같은 제재가 가해지는 만큼 신문 등 정기간행물에도 똑같이 제재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이같은 권고안을 낸 것. “선거 때마다 일부 지방지와 특정단체에서 발행하는 잡지들이 후보자와 유착해 불공정한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아 예방책이 필요했다”는 게 선관위측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별다른 ‘사려(思慮)’없이 이 권고안을 수용해버린 여야의 발상법.권고안을 소위안으로 만든 주역은 정개특위 국민회의측 간사인 이상수(李相洙)의원이다. 이의원은 15일 “선거보도의 경우 선거종료 후의 반론보도는 실익이 없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권고안을 공동여당안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소위안은 물론 여야 3당 위원들의 합의로 마련된 것. 한나라당측 간사인 신영국(申榮國)의원은 “방송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신문 잡지의 선거보도에도 심의기구가 필요하다고 여당측이 제안설명을 했으며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민련측 간사인 김학원(金學元)의원은 “법안심의 당시 지구당 행사로 불참해 내용을 잘 알지 못했다. 언론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며 신의원과 다른 태도를 취했다.
▽…또 한가지 문제점은 이 법안에 대해 ‘헌법에 보장된 언론자유의 정면훼손’이라는 비판이 빗발치자 보인 여야 지도부의 행태.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등 여야 고위당직자들은 이 문제가 공론화된 15일 일제히 “신문보고 알았다”며 사전인지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자 이상수의원은 “고위당직자회의에서 보고했고 일부 당직자들에겐 서면보고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나라당측 변정일(邊精一)정개특위위원장도 “주요당직자회의에 보고됐으나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느 경우든 여야 지도부가 정쟁에만 몰두할 뿐 법안에는 무관심, 무책임한 현실을 다시한번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與野합의 문제조항▼
▽제8조 제3항〓언론중재위는 선거기사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일 120일 전까지 선거기사심의위원회를 설치, 선거일 30일 후까지 운영해야 한다. 선거기사심의위는 언론학계 대한변호사협회 언론인단체 및 시민단체 등이 추천하는 자와 국회에 교섭단체를 가진 정당이 추천하는 각 1인을 포함, 9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선거기사심의위는 정기간행물에 게재된 선거기사의 공정 여부를 조사하고 조사 결과 선거기사의 내용이 공정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시정 및 제재조치를 정해 이를 언론중재위원회에 통보하고 언론중재위는 해당 언론사에 통보받은 시정 및 제재조치를 지체없이 명하여야 한다.
▽조항미정〓시정 및 제재조치는 △기사내용에 관한 사과문 및 정정보도문 게재 △기사의 편집 취재 집필업무에 종사하는 자 또는 그 책임자에 대한 징계 또는 1년 이내의 범위에서 편집 취재 집필업무 종사 정지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