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16일 “조건없이 국정조사 증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여당측이 “김근태(金槿泰)의원 고문개입사실이 드러나자 체포를 모면하기 위한 술수”라며 국정조사를 거부하자 이번에는 야당이 예산안 심의 거부라는 강경카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는 이날 여야총무회담에서 “여당측이 국정조사를 거부한 것은 애초부터 국정조사에 응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번 국정조사는 자료요청기관 수도 적어 27∼30일까지 나흘간 청문회를 마치면 연내에 국정조사를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여당은 정의원을, 한나라당은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과 청와대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주장해 국정조사는 전혀 진척없이 여야의 주장이 평행선을 이뤄왔다.
그러나 이날 한나라당측은 연내에 모든 정치현안을 털고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여권의 정치일정에 ‘흠집’을 내려는 판단에서 이같은 전격적인 방향선회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아무튼 국민회의측의 반응은 강경하다.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지금 국정조사 청문회일정을 시작하게 되면 새천년을 또 여야 정쟁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야당측의 국정조사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따라 여당의 거부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 언론문건 국정조사의 ‘용도폐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국정조사만 이뤄지면 새해 예산안은 당초 약속대로 처리해주겠다”는 입장을 시사함에 따라 막판절충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