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야당시절 홍석현씨 통해 三星돈 받았다"

  • 입력 1999년 12월 17일 01시 03분


천용택(千容宅)국정원장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홍석현(洪錫炫)중앙일보회장을 통해 삼성그룹의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밝혀 정치권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천원장은 15일 국정원을 방문한 서울지검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김대통령이 ‘97년 정치자금법 개정 이전에는 삼성그룹이 홍석현회장을 통해 정치자금을 보내왔으나 법개정 후에는 삼성이 홍회장을 통해 보내온 돈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천원장의 발언에 대해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김대통령이 문제있는 돈은 받지 않았음을 강조했던 것”이라며 정치자금수수에 따른 위법성이 전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김대통령이 정치자금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 사례”라며 정치공세에 나설 방침이어서 이 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천원장의 발언은 비보도를 전제로 이루어진 것이었으나 16일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가 “천원장이 ‘김대통령이 홍회장으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밝힘으로써 공론화됐다.

이총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야 3당 총무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의 정형근(鄭亨根)의원으로부터 두 사람(김대통령과 홍회장)간의 정치자금 관계에 대한 얘기를 전해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이총무는 정치자금 규모와 수수시점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참석, “천원장이 15일 기자들에게 비공개를 전제로 정치자금 관련 발언도 했으나 이 부분은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이에 대해 박준영수석비서관은 “김대통령은 누차 밝힌 대로 누구로부터도 불법적이거나 대가성 있는 돈은 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또 홍회장은 “97년 정치자금제공은 가까운 기업의 부탁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중앙일보와는 무관하다”며 “기업입장에서 불가피했던 정상적인 정치자금행위를 두고 뒤늦게 정치권에서 정략차원에서 왜곡확대하는 일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천원장이 자신의 발언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문제는 천원장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김승련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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