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또 천원장이 밝힌 국정원 직원의 정형근(鄭亨根)의원 미행은 국정원의 정치사찰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천원장과 국정원 관계자의 파면과 구속수사를 요구하며 천원장에 대한 사퇴권고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천원장은 이날 자신의 발언이 물의를 빚자 김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나 김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여권 내 일각에서 천원장의 사퇴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이번 파문의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천원장이 오전 업무보고에서 김대통령에게 발언에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으며, 이에 김대통령은 천원장을 질책하고 앞으로 (처신을) 신중히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써 (문제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박수석비서관은 “중요한 것은 당시 받은 자금이 합법적인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라면서 “김대통령은 불법적이거나 대가성이 있는 자금은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정치자금 문제가 또 나온 것은 (이 정권이) 국정운영을 정도로 하지 않는 자세 때문”이라면서 “이 사건을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진상 규명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도 “재벌의 돈을 받은 김대통령은 자신이 불법 여부를 단정지을 자격이 없다”면서 “김대통령은 무슨 목적으로 언론사 사주에게서 돈을 받게 됐는지, 돈의 출처와 액수 그리고 사용명세 등을 낱낱이 국민에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민회의와 자민련에서는 일절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회의 내에서는 “천원장이 경솔한 행동으로 여권에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겨준만큼 마땅히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됐다.
〈최영묵·김차수기자〉ymook@donga.com
▼삼성 "자금전달 확인못한다"▼
삼성그룹은 17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야당시절 홍석현 중앙일보회장을 통해 삼성의 정치자금을 건네받았다는 천용택 국가정보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만큼 현재로서는 뭐라 말하기 어렵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삼성은 “천원장이나 야당의원들의 발언을 종합해볼 때 삼성이 정치자금을 줬다는 사실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정치자금 규모나 전달경로 전달배경 등을 확인할 수 없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 구조조정본부 고위관계자는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사건에 연루된 대그룹들이 대외사업과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었다”며 “새 밀레니엄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정치자금 논란이 재연되는 데 대해 심각히 우려한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