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圈 김대통령 人事스타일 비판론

  • 입력 1999년 12월 20일 19시 58분


“천용택(千容宅)국가정보원장을 조속히 ‘처리’하지 않으면 자칫 ‘옷사건’의 재판이 될지 모른다.”

20일 국민회의 확대간부회의에서 정대철(鄭大哲)부총재 등 일부 참석자들이 천원장의 해임을 본격 거론하고 나섰다. ‘DJ 정치자금’관련 발언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킨데 대해 문책해야 한다는 것.

이만섭(李萬燮)총재권행대행이 서둘러 “인사문제는 대통령에게 맡기도록 하자”고 해 더이상 논란은 막았지만 국정원장같은 요직 인사에 당이 왈가왈부한 것은 전례 없던 일.

그러나 여권 내에선 김태정(金泰政)전법무부장관에 대한 경질 시기를 놓쳐 화(禍)를 자초한 ‘옷사건’과 이번 천원장 유임조치를 비교하면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대한 비판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우선 ‘옷사건’ 때 김대통령이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며 김전장관을 유임시킨데서 나타나듯 여론보다 ‘형식논리’를 앞세우는 ‘고집’이 문제라는 것.

이에 대해서는 “‘옷사건’ 때와 달리 이번 천원장의 경우에는 김대통령도 충분히 상황과 여론을 파악하고 있다. 다만 후임자 인선 등의 문제로 고심하고 있을 뿐”이라는 반론도 없지 않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대목은 어떤 조직이든 그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평가받는 사람보다 ‘튀는’ 인사를 선호하는 듯한 스타일. 천원장의 경우만 해도 이미 국방부장관 시절 언론에 “부하들에게 휘둘린다” “백두사업 현안파악 미진”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올 정도로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통령은 그를 국정원장으로 선택했고 최근 들어서는 국정업무 조율 등에서 상당한 권한을 부여해온 게 사실.

이와 관련,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일반적 평가보다는 특정분야의 특수한 능력을 높이 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그것이 공직 인사에 반영될 경우 일반에게는 잘 납득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은 최근 월간 신동아 인터뷰에서 “‘옷사건’도 나와 같은 고향(호남)사람들이 관여해서 충성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구속됐다”며 “앞으로 이런 것을 지양해 진짜 능력있는 사람이 일하고 충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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