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야당은 겉으로는 대여(對與)공세의 고삐를 죄면서도 내심으론 확전을 원치 않는 분위기다. 김대통령의 대선자금을 물고 늘어질 경우 자칫 ‘세풍(稅風)사건’의 재연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한나라당은 20일 전날 유보했던 대선자금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다시 제출했으나 이는 다분히 “뒤가 켕겨서 그런 것 아니냐”는 여론의 지적을 의식한 결과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마치 우리가 뭔가 겁을 내는 것처럼 언론이 쓰기 때문에 좀더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선 해명, 후 국조(國調)’원칙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떼밀려서 국조를 요구했지만 총선에 큰 보탬이 되겠느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민회의도 야당의 공세에 ‘세풍사건’을 거론하며 맞불을 놓았지만 김대통령의 정치자금 문제가 거론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정치자금에 관한 한 한나라당은 어느 누구보다 자유롭지 못하다”며 “더구나 ‘세풍사건’은 얼마나 파렴치한 국기문란이냐”고 되받았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세풍사건’을 계속 거론할 경우 우리도 득볼 게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검찰이 이날 미국에 도피 중인 이석희(李碩熙)전국세청차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데 대해 당 일각에서는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기대·박제균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