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자금 거론하는 野]여야 정치자금은 긁어 부스럼?

  • 입력 1999년 12월 21일 19시 19분


천용택(千容宅)국가정보원장의 발언으로 불거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정치자금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에 미묘한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우선 야당은 겉으로는 대여(對與)공세의 고삐를 죄면서도 내심으론 확전을 원치 않는 분위기다. 김대통령의 대선자금을 물고 늘어질 경우 자칫 ‘세풍(稅風)사건’의 재연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한나라당은 20일 전날 유보했던 대선자금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다시 제출했으나 이는 다분히 “뒤가 켕겨서 그런 것 아니냐”는 여론의 지적을 의식한 결과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마치 우리가 뭔가 겁을 내는 것처럼 언론이 쓰기 때문에 좀더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선 해명, 후 국조(國調)’원칙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떼밀려서 국조를 요구했지만 총선에 큰 보탬이 되겠느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민회의도 야당의 공세에 ‘세풍사건’을 거론하며 맞불을 놓았지만 김대통령의 정치자금 문제가 거론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정치자금에 관한 한 한나라당은 어느 누구보다 자유롭지 못하다”며 “더구나 ‘세풍사건’은 얼마나 파렴치한 국기문란이냐”고 되받았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세풍사건’을 계속 거론할 경우 우리도 득볼 게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검찰이 이날 미국에 도피 중인 이석희(李碩熙)전국세청차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데 대해 당 일각에서는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기대·박제균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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