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긴장감 팽팽]박주선씨 사법처리싸고 격론

  • 입력 1999년 12월 21일 19시 19분


사직동팀 보고서 유출과 ‘옷로비’ 축소조작의 의혹을 받고 있는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된 21일 검찰은 하루 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사건 수사를 맡은 대검 중앙수사부 수사팀(주임검사 박 만·朴 滿대검감찰1과장)은 20일 밤 박전비서관을 귀가조치한 다음 구수회의 끝에 박전비서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사법처리를 위해 박전비서관의 구속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수사팀이 내린 결론이었다.

수사팀은 이날 오전 일찌감치 ‘구속 불가피’ 의견을 낸 뒤 “모든 것이 준비돼 있다”며 검찰 수뇌부의 결정을 기다렸다.

수사팀의 표정에는 비장감이 감돌았다. 이들 중 일부는 16일 사표를 낸 이종왕(李鍾旺)대검수사기획관에 이어 ‘만일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으면 더 이상 수사를 못하며 검찰을 떠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는 후문.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과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 대검 검사장 7명과 서울고검장 서울지검장 등 검찰 고위간부들은 자칫하면 이번 사태가 검찰조직의 동요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며 일선검사들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검찰수뇌부도 고뇌를 거듭했다. 이날 오전부터 대검청사 7,8층 총장집무실을 오가며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숙의했다. 오후 3시 전간부가 모여 최종 방향을 결정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날의 긴장감은 이기획관이 수뇌부와의 의견충돌 후 사표를 내며 기자들에게 마지막 브리핑을 하던 16일과는 성격이 다소 달랐다.

당시 검찰 수뇌부는 “수사도중 소환 시기 등 방법을 놓고 있을 수 있는 사소한 갈등”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날은 박전비서관의 혐의 사실에 대한 공소 유지가 가능한가를 판단하는 검찰의 최종 결정을 둘러싼 ‘충돌’의 양상을 보였다.

검찰 수뇌부 사이에도 이날 수뇌부회의에 앞서 이견이 노출됐다.

일부 강직한 검사장들은 “주임검사인 박만과장이 보고하지 않으면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치며 흔들리는 검찰 지휘부에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3시 마침내 검찰 수뇌부 회의가 열렸다. 대검청사 8층 총장 집무실에서였다. 회의가 열리는 총장 집무실 앞에는 방호원이 배치돼 보도진을 비롯한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했다.

이날 회의에서 박검찰총장 등 수뇌부는 처음에는 검찰 수사결과를 놓고 “입증자료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며 신중론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신중론과 난상토론, 격론이 뒤섞이면서 회의는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 사건을 한 점 의혹 없이 검찰에서 완전히 끝내자.” “이런 수사결과에 따라 아까운 인재를 버릴 수 있겠느냐.”

11명의 검찰 수뇌부가 격론을 벌이는 동안 일선 검사들은 검찰 내부 통신망을 이용해 “이번에 제대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이제 누가 검찰을 믿겠느냐”는 의견을 올리며 회의결과를 지켜봤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