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안해요" 단호한 JP… 귀국회견서 다시 강조

  • 입력 1999년 12월 21일 22시 54분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21일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합당 불가 입장을 못박아 공동여당의 합당논의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김총리는 이날 김포공항에서 가진기자회견에서 여러차례 합당 반대의사를 밝혔다.‘대통령에게 언제 합당 반대 뜻을 말할 것이냐’는 물음에 “내일 말씀드려야지”라고 답했고 ‘대통령이 간곡히 합당을 요청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응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김총리의 평소 애매한 어법과는 전혀 다른 말투다. 그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합당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면서 적당히 넘어가곤 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김총리 발언의 신뢰성을 의심해 오던 자민련 관계자들도 일단 김총리 발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렇게까지 분명히 말해놓고 다시 말을 바꾸기는 힘들지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김총리가갑자기합당 반대로 돌아선 까닭은 무엇일까.

자민련의 L의원은 ‘반여(反與)정서’와 ‘합당시 불투명한 김총리의 위상’을 꼽았다. 여권에 대한 여론이 워낙 나빠 합당을 했을 경우 내년 16대 총선 전망이 좋지않아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총리는 19일 로스앤젤레스 기자회견에서 “합당하면 매일 싸울텐데 뭐…”라며 이런 우려를 나타냈다.

자민련의 또 다른 L의원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불분명한 처신도 김총리가 합당 반대로 돌아선 주요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대통령이 합당을 원한다면 구체적인 합당 조건 등을 제의해야 마땅한데 그동안 그런 언질이 전혀 없어 김총리의 심기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김대통령이 얼마전 “연내에 합당논의를 매듭짓겠다”고 선언해 김총리의 화를 돋우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민련의 한 고위 당직자는 이와 관련해 “김총리가 출국직전 ‘총선에서 30석이 안되더라도 자민련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김대통령이 어지간해선 김총리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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