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YS)전대통령이 곧 발간될 자서전에서 박전대통령과 단둘이 나눈 얘기를 공개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1일 자서전의 주요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YS는 신민당총재로 있던 75년5월21일 청와대에서 박대통령과 단둘이 만났다. YS는 74년 문세광(文世光)의 총탄에 숨진 육영수(陸英修)여사를 생각하며 “힘드시죠”라고 위로했다.
YS는 “민주화를 실행하자. 대통령직선제를 하자”고 요구했다. 박대통령이 “지금은 안된다”고 거부하자 YS는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거듭 설명했다. 그러자 박대통령은 “나도 욕심은 없다. 아내는 공산주의자의 총에 숨져버리고 나도 이런 절간 같은 곳에 오래 있고 싶지 않다. 민주주의를 한다. 그러니까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대통령은 “이 말은 절대로 입밖에 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YS는 또 87년 평민당총재이던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과의 후보단일화 협상 뒷얘기도 공개했다. 당시 DJ는 “출마하지 않는다고 지금 얘기하면 내 지지자를 실망시킨다. 양쪽의 지지세력을 통합시켜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지금 불출마를 표명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YS는 DJ가 시기를 봐서 사퇴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도쿄〓심규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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