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여1야’의 선거판세는 이번 총선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도 같은 구도였다. 당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집권 초반기였고, 2여의 연합공천도 효력이 있어 여권이 압승을 거두었다. 물론 이 때도 영남과 호남, 충청권은 대체로 한나라당과 국민회의, 자민련 등 ‘연고(緣故)정당’이 석권했다.
문제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통적으로 여야가 각축을 벌였던 이 지역에서 여권은 총 66개 기초단체 중 52곳에서 승리, 80%를 육박하는 승률을 올렸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다르다. 우선 연합공천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도 강원도지사 공천을 둘러싸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갈등을 빚었다. 수도권 일부 기초단체도 끝내 양당이 독자출마하는 등 마찰이 적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국민회의 내에선 연합공천 불가론이 공공연히 나오는 실정이다.
여론과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각 정당별 수도권 지지율은 국민회의 40.1%, 자민련 3.0%, 한나라당 10.3%였다(한길리서치 98년2월 조사). 공동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한나라당에 비해 4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여당에 대한 지지율은 올해 ‘옷사건’ 이후 하락을 거듭, 19일 한길리서치의 조사에선 국민회의 31.4%, 한나라당 18.2%, 자민련 6.5%(전국 평균)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는 여야 격차가 더 좁혀져 국민회의 32.3%, 자민련 5.8%, 한나라당 19.2%였다.
수도권에서 자민련 지지율이 지난해 초 3%에서 최근 6.5%로 늘어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 일각에선 “자민련 지지층이 ‘공동여당’으로부터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특히 수도권에서 공동여당의 표 분산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예고하는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내년 총선양상은 지난해 지방선거와 크게 다를 가능성이 크고 3당의 전략도 달라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일단 연합공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전략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최대한 ‘각개약진’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싸워서 이긴 후 다시 만나자’는 식이다.
이런 전제 아래 중요한 것은 당의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하는 것과 최적의 후보자를 찾아내 공천하는 일. 김종필(金鍾泌)총리가 합당 무산 후 자민련의 정체성을 유달리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으로선 연합공천을 둘러싼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갈등의 틈을 파고들어 반사이익을 극대화할 경우 더욱 유리하게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