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與1野' 총선/3당 득실-전략]"수도권 표심을 잡아라"

  • 입력 1999년 12월 23일 18시 24분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이 무산돼 내년 총선이 사실상 ‘2여 1야’ 또는 ‘2여 다야(무소속포함)’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각당은 이에 따른 득실계산과 전략구상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2여1야’의 선거판세는 이번 총선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도 같은 구도였다. 당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집권 초반기였고, 2여의 연합공천도 효력이 있어 여권이 압승을 거두었다. 물론 이 때도 영남과 호남, 충청권은 대체로 한나라당과 국민회의, 자민련 등 ‘연고(緣故)정당’이 석권했다.

문제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통적으로 여야가 각축을 벌였던 이 지역에서 여권은 총 66개 기초단체 중 52곳에서 승리, 80%를 육박하는 승률을 올렸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다르다. 우선 연합공천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도 강원도지사 공천을 둘러싸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갈등을 빚었다. 수도권 일부 기초단체도 끝내 양당이 독자출마하는 등 마찰이 적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국민회의 내에선 연합공천 불가론이 공공연히 나오는 실정이다.

여론과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각 정당별 수도권 지지율은 국민회의 40.1%, 자민련 3.0%, 한나라당 10.3%였다(한길리서치 98년2월 조사). 공동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한나라당에 비해 4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여당에 대한 지지율은 올해 ‘옷사건’ 이후 하락을 거듭, 19일 한길리서치의 조사에선 국민회의 31.4%, 한나라당 18.2%, 자민련 6.5%(전국 평균)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는 여야 격차가 더 좁혀져 국민회의 32.3%, 자민련 5.8%, 한나라당 19.2%였다.

수도권에서 자민련 지지율이 지난해 초 3%에서 최근 6.5%로 늘어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 일각에선 “자민련 지지층이 ‘공동여당’으로부터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특히 수도권에서 공동여당의 표 분산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예고하는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내년 총선양상은 지난해 지방선거와 크게 다를 가능성이 크고 3당의 전략도 달라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일단 연합공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전략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최대한 ‘각개약진’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싸워서 이긴 후 다시 만나자’는 식이다.

이런 전제 아래 중요한 것은 당의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하는 것과 최적의 후보자를 찾아내 공천하는 일. 김종필(金鍾泌)총리가 합당 무산 후 자민련의 정체성을 유달리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당으로선 연합공천을 둘러싼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갈등의 틈을 파고들어 반사이익을 극대화할 경우 더욱 유리하게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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