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장을 경질하지 않을 경우 새해 들어서도 야당의 공세로 인해 정국이 정쟁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것은 분명한 일. 이렇게 되면 뉴 밀레니엄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정을 다시 추스르는 일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다른 상황을 보아도 김대통령의 이같은 의도는 감지된다. ‘옷사건’과 관련해 박주선(朴柱宣)전대통령법무비서관이 23일 구속됐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도 사실상 ‘무산’으로 결론이 났다.
물론 천원장 자신도 강력하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게 청와대측 얘기다. 그러나 이에 앞서 김대통령도 적절한 시점이 오면 천원장을 교체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국민회의측에서도 교체를 계속 건의했다는 후문이다.
이로 미루어 김대통령은 올해가 가기 전에 매듭지을 것은 짓고 새해 새천년에는 새정치를 하겠다는 구상으로 천원장을 경질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같은 맥락에서 다른 여러 정치현안들에 대한 여야간 ‘대타협’도 연내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불투명했던 여야총재회담의 연내 개최 전망도 밝아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전비서관에 이은 천원장의 전격 경질을 둘러싸고 김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도 어떤 변화가 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여권 안팎에서 적지 않게 나온다. 김대통령은그동안장관이나비서진을 가급적자주바꾸지않는다는 입장을고수해왔기때문이다.
천원장의 경질을 계기로 개각도 얼마간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지 않으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분위기다. 김대통령은 이미 내년 1월 중순경 개각방침을 밝혔으나 천원장의 교체를 계기로 시기가 앞당겨지는 게 아니냐는 것.
다른 한편에선 이번에 보여준 ‘대증적(對症的)인사’를 감안할 때 1월 개각 때도 오히려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