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의정 국회의원 설문]개헌론 공감 여부

  • 입력 1999년 12월 26일 21시 08분


이제까지 한국 정치에서 개헌론은 독재자의 권력연장 수단으로, 혹은 특정인이나 세력의 권력획득 차원에서 제기되고 논의돼왔다. 그러나 최근 ‘경제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조정’을 명문화한 헌법 119조 2항의 개정 필요성 등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개헌론이 민간 부문에서 제기되고, 그것이 정치권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

이는 국회의원 전체를 상대로 한 동아일보의 이번 설문조사에서 “새로운 국가 틀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개헌 문제를 검토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응답자 중 73.1%(국민회의 73%, 한나라당 63.1%, 자민련 100%)가 “공감한다”고 답한 데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특히 개헌론에 공감한다는 125명 만을 대상으로 다시 ‘개헌 논의 때 우선 중점을 둬야 할 분야를 물은 결과 권력구조 외에 경제 노동 사회 복지분야를 꼽은 의원이 22.4%에 이른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

5년단임제 대통령의 임기조항 등의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사실 오래 전의 일. 다만 “시기적으로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에 공론화가 미뤄져왔을 뿐이다. 연세대 허영(許營)교수는 “대통령 단임제의 경우 물론 채택 당시에는 군사독재에 대한 거부감 등을 고려했겠지만 대통령에 대한 심판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잘못된 제도”라고 말했다.

국민회의 이인제(李仁濟)당무위원도 최근 ‘21세기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치개혁 과제’라는 세미나에서 16대 총선 직후 국회에 헌법개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개정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측도 대통령 중임제와 정 부통령제 개헌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설문 결과 개헌 논의를 본격화할 시기와 관련해 ‘16대 총선 직후’가 44%, ‘16대 총선 전 공약논의와 함께’가 10.4%였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임기말쯤’이 35.7%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6대 총선을 전후해선 어떤 형태로든 개헌논의가 제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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