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덕민/독도문제 조용한 접근이 최선

  • 입력 1999년 12월 29일 19시 58분


새천년의 한일 관계가 영토문제로 시작된다면 정말 유감이다. 영토문제는 이성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는 영토문제에 관한 한 이성보다는 감정과 전쟁이 앞섰음을 말해준다. 또 언제나 민족주의와 쇼비니즘이 분출한다. 적어도 새천년을 맞이하는 한일관계의 화두가 민족주의와 쇼비니즘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독도는 분명히 우리 땅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독도에 일본인의 호적 등재를 허용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며 주권침해 행위다.

◆日호적등재 주권 침해

일본은 호적등재 조치를 즉각 취소하고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너무도 당연한 우리 땅을 두고 역사적 국제법적으로 우리의 영토임을 새삼스레 논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단지 새천년의 한일관계가 과연 영토문제로 지새우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관해 논하려 한다. 한일 관계자들에게 무엇이 이익이 되는지 냉철하게 따져보려는 것이다.

일본이 독도를 국제분쟁 지역화하려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조용한 대응을 두고 적지 않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독도 문제를 최대한 이슈화하여 국제적으로 분쟁지역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반면에 한국 정부의 입장은 독도가 명실공히 우리 영토이고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이므로 영토문제가 있다는 일본측 주장을 일축하고 실효적 지배를 조용히 강화해가겠다는 것이다. 과연 한국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중일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의 경우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 섬이 누구의 것인지에 관해서는 제3자가 논할 바가 아니지만,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반면에 중국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여 대립하고 있다.

독도와는 정반대 입장에서 일본은 조용한 외교를 통해 국제적 쟁점화를 최대한 막으면서 실효적 지배를 응고화시키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바로 한국 정부가 독도에서 취하고 있는 정책과 다를 바 없다.

결국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은 조용한 접근이 아닌가 생각된다. 누가 뭐라고 하든 독도는 우리 땅이 아닌가?

일본 정부는 이번 사태가 의도적이 아니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누구든 호적등재를 신청할 경우 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정부가 치밀한 전략 아래 독도문제를 쟁점화하기 위해 호적등재를 허용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과거의 굴레를 떨쳐버리고 미래지향적인 21세기 파트너십 관계를 정말 어렵게 구축했는데 영토문제로 한일관계를 원점으로 돌리는 무모한 행동을 일본 정부가 했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韓日협력 계속해야

그러나 일말의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1931년 일본의 우익 군부는 영토적 야심에서 독단적으로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를 점령한다. 일본정부는 국제연맹 등 국제사회의 기대를 저버리고 우익과 관동군의 폭거에 이렇다할 대응도 없이 기정사실화하는 데 일조하는 역사적 우를 범했다. 물론 자유민주국가인 현재의 일본과 제국 일본과는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인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역사에서 끊임없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한일 양국의 약속이자 공동 책임이다. 세계화의 시대인 새 천년에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의 협력은 지역의 번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21세기에도 두 나라가 영토문제를 두고 반목과 갈등을 지속한다면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는 물론 아시아의 번영과 미래도 없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 치고 역사적으로 영토문제가 없는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불 영불 관계가 한일관계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 나라는 쓰라린 굴레를 슬기롭게 대처하고 유럽연합(EU) 기치 아래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한일이 통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에 한일, 아니 한중일의 긴밀한 협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그것은 저급한 대동아 공영권의 재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화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다.

윤덕민〈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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