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30일 정치인에 대한 고소고발사건의 일괄취하에 공감하면서도 정의원 문제에 대해서는 자존심을 건 ‘기(氣)싸움’을 계속했다.
국민회의는 정의원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정의원의 사과와 검찰출두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의원의 사과로 족하다며 검찰출두 요구를 일축했다.
상황이 이처럼 풀리지 않는 것은 정의원 문제에 관한 한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여야의 복잡한 사정 때문이다. 국민회의는 여야의 화해도 중요하지만 이번 기회에 여권을 괴롭혀온 정의원 문제만은 확실히 해두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법처리는 하지 않더라도 검찰조사는 받게해 정의원의 기를 꺾어놓자는 속셈이다. 또 정의원 사건을 조사하면서 고문의혹까지 파헤친 검찰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도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그동안 언론문건 폭로 등을 통해 여권을 궁지에 몰아넣은 정의원을 보호하지 않을 경우 초래될 정의원과 당내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여당이 고소고발을 취하하면 정의원이 검찰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며 정의원을 두둔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의원도 “대통령에게 누가 됐다면 그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검찰출두만은 완강히 거부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